xoxo, text
 
 

 

I`m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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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드디어 찾아온 휴식으로 단잠에 빠진 숙소에 살풋 잠이 덜 깬 준형이 감은 눈으로도 잔뜩 쏟아지는 햇살에 등을 돌리고 누웠다. 잔뜩 침대로 새드는 햇볕이 준형의 어깨를 따갑게 내리쬐자 이불을 끌어올리는 척 부스럭 대다가 결국 눈을 떠버리고 말았다. 아, 젠장할. 인상을 잔뜩 구기고 몸을 일으키는데, 놀래라. 옆 침대에 누워있어야 할 기광은 이불까지 가지런히 접어 치워놓고 침대 맡에 새드는 햇볕을 쬐며 눈을 감은 채로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냐, 하고 물으려던 목소리가 잔뜩 잠겨 잘 나오지 않아 몇 번 준형이 목을 가다듬는 소리에 기광이 슬쩍 눈을 떴다.

“더 자, 준형아.”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의아함이 가득한 기광의 말에 준형은 비죽 웃고 허리를 세워 앉았다.

“언제 일어났냐.”

준형이 물었고, 언제 일어났게, 하고 도리어 기광이 물었다. 기광이 앉은 쪽에 햇살이 더 강해서 인지 준형을 바라보는 기광의 한쪽 눈살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준형이 가만히 제 손으로 기광의 눈가를 가려서 햇볕을 막아주었다. 볕을 가린 준형의 손으로 기우뚱하고 기광의 고개가 떨어졌다.

“목말라.”

기광이 툭, 내뱉는 말에 준형이 부엌에 나가 물이라도 떠다 줄 것 같이 움직이자, 기광이 제 고개를 받치고 있던 준형의 손을 냉큼 잡아채었다.

“밖에 나가서, 우리 시원한 거 마시고 오자.”

좋은 생각이라도 난 것처럼 색색거리며 웃는 기광의 면전에, 아, 귀찮게. 라는 말보다 더 강한 용준형의 찌푸린 얼굴이 돌아온다. 싫어? 에. 싫으면 그냥… 말지 뭐. 하고 금새 부루퉁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기광 때문에 별수 없이 준형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빈속에 대체 뭘 마시자고, 밥도 아니고.

“가자, 가.”

이기광,
……
나 지금 일어났다?

옷 입는다?






_







준형이 테이블에 아이스 라떼 두 잔을 내려놓자, 금방 잔뜩 졸린 기광의 눈이 반짝거렸다. 준형이 그런 기광의 모습을 놓칠 리가 없었다. 좋냐, 툭 내뱉은 말에 기광이 고개까지 끄덕이며 긍정했다.

마주보고 앉아서 준형과 눈이 한 번 마주쳤다가, 기광이 한 번 피하고, 또 마주치는 척 슬그머니 피하고, 눈을 내리까는 척 하다가 또 눈을 맞추고 온전한 시선에 빙글 웃었다가 이내 정색을 하고, 그러다가 혼자 또 깔깔대고 웃어버리는 걸,
잔뜩 모자를 뒤집어 쓴 기광의 머리에 준형이 손을 얹었다. 끼부린다, 이기광. 어?



“…어제.”
“…….”
“말한 건 생각해 봤어?”

준형이 자신이 가진 아이스 라떼의 스트로를 가지고 애꿎은 장난을 해보았다.

“어제? 어제 뭐.”
“…그. 있잖아.”

……
………아.

기억 안 나는 척 하더니, 은근히 기억나는 연기를 하는 것처럼 어설프게 웃던 기광이 꽤 어려운 얼굴을 했다. 쪼르륵 라떼를 빨고 있는 스트로를 입에 물고 낮고 작은 한숨을 뱉고는 준형을 향해 빙글 웃었다.
초조한 듯 몇 번 다리를 떨던 기광이 있었고, 그보다 더 속이 타는 준형이 있었다.

“오늘 몇 시더라?”
“8시…쯤.”

준형이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길고 가느다란 준형의 손가락이 지금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침을 짚어보고 11시, 12시, 1시, 순차적인 방향으로 비잉- 크게 테두리 호선을 따라 그렸다.

준형에게 정수리가 보이는 정도까지 기광이 테이블에 잔뜩 몸을 수그렸다.
……
어제도 그랬지만, 선뜻 기광에게서 시원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다. 준형이 마주앉은 기광의 한쪽 발을 제 발로 툭툭 차자, 기광이 별수 없이 차인 제 발을 준형의 발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기광의 손등에 준형의 손이 올라왔다.



정확히 한 달 전에, 준형이 제 친구들을 만나고 들어와서는 대뜸 기광을 따로 불러내서 아무 말도 없이 죄지은 사람마냥 서 있었다. 기광은 아무것도 모르고 술 냄새가 폴폴 나는 준형의 어깨에 코를 들이민 채 잔뜩 으름장을 냈었다.

“너 술 냄새 봐.”

어우, 지독해.

할 말이 있다고 불러놓고는 꽤 침묵을 지키고 선 준형에게, 기광이 먼저 속에도 없는 으름장을 냈던 건, 준형에게 더 무거워 보이는 침묵의 형태 때문이었다.
준형에게선 깊은 한숨이 돌아왔다.

“나, 친구들한테 말했다.”

주저리주저리 다 터놓지 않아도 준형의 말의 골자가 무엇인지 금방 알아챘지만, 기광은 모르는 척 설핏 웃어주었다. …설마, 언젠가는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이, 생각보다 더욱 일찍 일어날 것을 직감했다. 예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직감이었다.

“너라고는 얘기 안했어.”
“…….”

그냥.
…그냥?
그냥, 좋아하는 사람 있고, 사귀고 있다고.

……
……


준형은 기광이 그 날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침묵했던 이유가 저 때문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아서 일거라고 착각했다.
아니다. 기광은 그때,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묘하게 서로 조심스러운 감정이 있었던 연습생 때와는 또 다른, 크기가 다른 설렘이 있는 지금, 기광은 준형에게서 한 번도 좋아한다, 사귀자. 같은 소소한 연애방식의 어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선뜻 자신이 그렇게 하자고 말한 것도 아니었지만.

모든 감정은, 그냥 그것이 순리 인 것처럼 그냥 자연스러웠다. 꼭 약속한 건 아니었지만, 모든 멤버들에게 좋은 날에는 꼭 둘만의 비밀스러운 날도 겹치게끔 만들어지곤 했다. 그래서 간간히 눈치껏 입술만 맞대던 둘이, 비스트가 처음 일 위를 했던 날, 많은 눈을 피해 몸을 겹쳤던 것도 다 짜이고 맞추어진 스케줄 같았다.



음료가 다 빈 컵에 얼음이 다 녹아내리고 커피숍에 앉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뗄 때까지 기광에게선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맛있다, 또 오자, 우리. 하고 말하는 기광에게 준형은 맥없이 비죽 웃어주었다.






_







준형은 세 번째, 기광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제야 아주 조심스럽게 기광이 전화를 받아냈다. 받으면 꼭 습관처럼 어, 준형아. 하곤 했는데 오늘은 대뜸 여보세요, 같은 거.

“이기광, 왜 안 오냐.”

실은 아침부터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게 정말 현실이 되고 나니까 퍽이나 우울해진 준형이 제 이마를 짚었다. 두루두루 앞에 앉은 친구 녀석들의 숨죽인 시선이 느껴졌다.

- …….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조차, 도리어 기광보다 준형이 미안했다.
기광이 밑도 끝도 없이 미안하다고 말했으면 준형은 아마 화를 냈을 거다. 대체 뭐가 미안한 거냐고, 밑바닥까지 캐묻다가, 둘 중 누구든 말문이 막히고 감정에 주체할 수가 없어지면, 어떤 식으로든 나쁘게 무마되어질 지도 몰랐다.

끊지도 못하고 오래 숨죽이고 있는 걸, 준형이 한참을 듣고 있다가, 결국 먼저 끊어버렸다. 준형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마른세수를 하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오만감정이 다 들었는데, 다만 그 중 분명한 건, 준형이 기광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 뿐이었다.

“…….”
“…….”
“…….”

술자리가 긴 침묵으로 돌변했다.

“안 올 줄 알았어.”
“예상했던 거잖아.”

야, 새삼스럽다. 술 마시자.

일부러라도 침묵이 언제였냐는 듯 다들 개걸지게 오늘 취해보자, 마셔보자 하는데 준형이 곧 고개를 들고 억지로 웃었다. 이기광, 진짜 안 오네. 하고 씁쓸하게 읊조렸다.
술이 넘어가는 입이, 썼다.

실은, 기광에게 거짓말을 했다. 준형은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이 기광이라고 터놓고 얘기했다.
근데, 기광에게 말했던 그 날, 준형이 생각했던 것보다 기광이 더욱 당황하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완벽한 커밍아웃을 선언했다고 차마 더 말할 수가 없었다.

술많이마시지말고들어와, 보고싶어.

술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기광 대신, 준형의 핸드폰에 덩그러니 기광의 문자가 담겼다.





_






달지도 않은 술이 잘만 들어온다 싶었더니, 정신은 안 취하고 몸은 좀 취했는지 준형이 꽤나 비실한 걸음을 걸었다. 기광에게 세 번째, 부재중 통화가 걸려왔다. 받을까말까 고민했던 건, 괜히 죄책감이 잔뜩 묻은 말이 돌아올까 봐서 였다. 결코 미안해할 일은 아니었다. 네 번째 진동이 오고, 타이밍 좋게 엘리베이터가 숙소 층에 도달했다.

“…….”
“…….”

기광이 숙소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너, 여기, 왜, 무슨 일.
조합되지 않은 단어가 무성하게 준형의 머릿속을 맴돌았고, 쉬이 말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 사이 기광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잔뜩 어깨를 구부리고 준형의 품에 파고들었다.
준형은 숙소로 돌아오면서 그 많던 상념은커녕, 갑자기 팍, 하고 웃음이 터졌다. 좋은 게, 참 좋은 거구나 싶다.

“왜 나와 있어.”

마른 허리를 힘을 주어 안아주었더니, 기광의 몸이 더 바짝 준형에게로 달려든다.

“많이 마셨다, 용준형. 술 냄새.”

미운 말도 밉지 않게 하는 방식을 아는 것처럼 준형의 눈에 기광이 항상 그렇게 보였다. 의도보다도 따뜻하지 않게 나오는 제 말투, 행동과는 정반대다.
안경을 뒤짚어 쓴 기광이 준형에게로 잔뜩 고개를 들고 조심스럽게 입을 뻐끔거렸다.

“화…났어?”
“…아니.”
“그럼, 속상했어?”

……조금.

그래도 준형은 비죽 웃음을 흘렸다.

매사에 헐랭하기는 해도 꼭 준형과의 일이라면 도가 지나치게 조심병이 있는 기광이 이렇게 먼저 준형에게 달라드는 일이 없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기광의 어깨와 목 언저리 쯤 고개를 묻었더니 꼭 ‘기광’과 같은 향이 났다.
준형은 그게 참 좋았다.

“준형아.”

특유의 뭉그러지는 기광의 발음도 좋았다.

“내가.”
“…….”
“더.”

……
노력할게.

오늘따라, 기광이 예쁜 짓을 많이 한다고 준형은 생각했다. 그러다가도, 혼자 또 사뭇 진지해져버린다.

“내가, 더 잘할게.”

기광아.


이렇게 자꾸 마음이 성장을 하나보다.












fin. 20100526-20100606

마음도 몸처럼 성장통을 겪나보다:)

 
언니 글 일 줄 알았죠, 나는. 헤.
뭐랄까,
얘네 둘은 감정을 꾹꾹 눌러담기에만 급급해보이는데,
그걸 온전히 다 터트리지않고, 결국엔 못참고 조금만 터져나오더라도,
그 밑에 숨겨둔 그 온 마음이, 그보다 더 한게 보이는 거 같달까..
으앙, 좋다. :)
 
진짜 푸리에님 글 속의 '형광'은. 정말 딱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두 사람이에요. 참 좋아서 더 가깝게 다가온답니다. 이런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 좋아요. 헤헤.
delete
아, 진짜 좋다. 퓨리에님 글은 정말 무언가가 담겨 있는 듯한.
암튼 최고예요!
여운이 오래 남아요 정말. 성년의 날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금같은 글을 보다니! 감사하게 읽고 갑니다.
 
누나 이것은 혹시 이전의 그 형광대란의 연작같은 것인가요. 그러니까 그것의 이야기를 푸리에님의 방식으로 담은 그런 것이지요?
누나의 글은 굉장히 오묘하고 묘하고 애매하기도하고 그런것같아요. 분명 해피로 열린 결말인데 항상 읽고나면 가슴이 먹먹하고, 폭풍눈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정말 슬픈 소설을 읽은 것 처럼 코끝이 찡하고 그래요.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는 그런 감정이네요.
끝내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기광이. 괜찮은 척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을 준형이와. 내가 더 노력하겠다던 기광이 역시 그 자리에 가지 못한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각자가 아닌 둘이 함께라면 그 괴로운 마음도 없어지겠죠. 윽 뭐라는거지내가지금ㅠㅠ
아무튼 누나 너무 잘 읽었어요!
 
저 저말에 환장해요. 내가 더 잘할게 내가 잘할게. 잘할게ㅠㅠ아아 오마이갓 이래서 저는 세븐의 잘할게를 그렇게 들어재꼈고 푸리에님의 탑뇽을 울부짖었나봐요 이 잘할게 한마디를 위해서 제 컴퓨터는 작년부터 그렇게 버벅거렸나보네요..ㅠㅠㅠ
 
연인이란게 연애라는게 정말 그래요.
좋은게 좋은거. 고민도 무거운 생각들도 얼굴을 맞대는 순간 그저 좋은게 좋은거가 되버리는것.
 
둘이 너무 예뻐요ㅠㅠㅠㅠㅠ
둘을 보니 저도 연애하고싶네요ㅠㅠㅠ
 
마음도 성장통을 겪는다는 거.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마음이 성장을 한다는 말, 그러니까 그 한마디말이, 형광의 연애에서 보여요. 그게, 뭐라고 말할 수 없는데, 마음이 성장한다. 이 말을 생각하고 보면, 정말로 그게 보여요. 마지막 한 마디 전까지 표현된 글이. 누나 글은 부위기가 정말 좋아요..다른 것도 좋지만..진짜 잘읽었어요!
 
와, 정말 연애라는 게. 말 하나로 표현 할 수 없이
넘쳐난다는 걸 누나의 글 속에서 느끼고 있습니다ㅠㅠ!
 
이 글 너무 좋아요..자꾸 와서 보게 되네요. 어떻게 이렇게 잘 와닿게 표현하시는지 정말 감탄스러워요. 푸리에님 글에는 라벤더 향이 있음..ㅠㅠㅠㅠ
 
아 뭔가 애틋하면서도 그래서 더 예쁘고 그런 글인것 같아요. 사실 기광이가 나오지않은건 조금 실망했었지만 왠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기광이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그래서 더 애틋하고그러네요.ㅠx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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