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xo, text
 
 

 

I`m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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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깜박여도 비가 왔다 해가 떴다 하는 변덕스런 장마가 비실비실 지나갔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절절 나는 열대야가 시작되었다. 열대야가 시작되면서 불면증도 깊어졌다. 책상에 아무리 엎어져 잠을 청해도 정신이 말짱한 나날을 외로이 보내고 있었다.

그 맘 때, 잔뜩 웅크리고 있던 양 팔 중 하나가 제 혼자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팔뚝에 벌레라도 앉았는지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어 결국 감았던 눈을 떴고, 누군가 내 입술 즈음에 몇 겹을 겹쳐놓은 휴지는 정확한 위치에서 기계적으로 내 침을 받아내고 있었다.
……
옆에 앉은 허여스름하고 긴 놈은 내 팔뚝에, 제 팔뚝에 있는 문신처럼 무언가를 그려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삐딱한 얼굴로 인해 입 한 쪽에 잔뜩 고인 침 한 줄기가 주륵 또 흘렀고, 그 놈은, 내 팔에 찌그리던 사인펜을 그러쥔 채로 제 가방에서 새 휴지를 꺼내 내 입술 주위를 닦아내었다.

“일어났네.”

그렇게 네 놈은, 멍청하게 웃었다.






오백원짜리 싸이코







해가 다 지기 전에 하교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난 여전히 사소한 것들에 고집을 피웠다. 홍등가는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영업이 시작되고, 학교와 근접해 있는 홍등가는 언제나 사람들의 지겨운 눈총을 받는다. 홍등가의 예쁜 누나들을 엄마로 누나로 그 손때를 타며 자라면서, 홍등가 청일점으로 전락한 열여덟은 쉽게 삐딱해졌고, 홍등가를 닮았다고 말하는 예쁜 얼굴은 커갈수록 놀림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즐비한 홍등가의 가게들 귀퉁이를 돌아들어가 방 하나 문짝 없는 욕실 하나 단출한 집구석에 기어들어 가면 교복을 벽에 아무렇게나 걸어놓고, 벌건 나신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찬물세례를 시작했다.

“기광아, 왔어?”
“응.”

물소리가 찰박찰박하는 게 들리면, 누나들이 여기저기 끼워 맞춰진 퍼즐 같은 공간에서 하나둘씩 잠을 깨고, 문도 잠기지 않는 내 영역에 빠끔히 고개를 내민다.

“기광아, 누나 담배 좀.”
“응.”

콘돔. 생리대. 담배. 콘돔. 생리대. 생리대. 담배. 담배. 콘돔. 정확하진 않아도 어디 어느 누나가 뭐가 떨어질 즈음인지 알아 대강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문득, 찬물 세례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몸에, 팔뚝의 살덩어리들을 쳐다보았다.
‘용준형. 내 이름.’
팔에, 벌레의 흔적이 선명하다.

“…….”

근데, 내가, 결코, 널, 모르는 게 아니다. 이 싸이코야.




슬리퍼를 지익지익 끌고 문턱에 쌓인 동전 지폐를 한데모아 주머니에 털어 넣었다. 영업이 시작되기 전에 심부름을 끝낼 생각이었다.
홍등가를 조금 걸어 나오면 4차선의 큰 도로가 있고 객들과 손님이 자주 드나드는 편의점 닮은 슈퍼마켓이 있다. 카트가 꽉꽉 찰 정도로 생리대와 콘돔을 채우고 카운터 앞에서 담배를 종류별로 몇 개 몇 개, 더듬거리며 말하면 으레 원하는 물건이 나온다.

“얼마?”
“가만있어봐.”

바코드를 몇 개 대강 눌러대고 내가 무거운 주머니의 동전과 지폐를 아무렇게나 펼쳐놓으면 녀석은 꼼꼼히 셈을 헤아린다. 그 얼굴을 보다가 차들이 휘휘 지나다니는 가게 밖의 풍경을 구경하다가, 또 여전히 계산중인 녀석을 바라보았다.
……
슈퍼마켓 아들은 좀 재미있나.
그런 걸 물어보는 것도 사치인 것 같아서 말아버리면, 셈을 하다 만 녀석이 내 팔뚝을 유심히 바라본다.

“지웠네.”
“얼마냐고.”
“오늘 너희 집 가도 돼?”

……
……
말이 안 통하는 놈이다.





밤이 더 바쁜 홍등가에 제일 한가한 나는 이른 저녁부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그렇게 눈을 감는다고 해서 잠이 오는 것은 아니었다. 눈을 감고도 정신이 말짱할 때가 더 많다. 오늘도 여전히 숨죽인 채 웅크러져 있다 보면 내 공간의 문짝까지 터벅거리는 요란한 발소리를 알아챌 수가 있었다.

“기광아, 들어간다.”

용준형이다.


내 영역을 침범한 놈은 이유도 없이 날 안았다. 밤과 새벽 내내 바쁘게 일하는 누나들이 없는 홍등가 뒷거리에 유일하게 날 찾아오는 용준형은 올 때마다 내 몸에 키스세례를 하고 멍청하게 반응하는 나를 가지고 놀았다.
내 몸에서 녀석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발가락을 잔뜩 오므렸고,
손가락보다 약한 입술 끝이 닿을 때마다 어깨를 발발대며 떨었고,
등 뒤로 녀석의 가슴팍이 움직일 때마다 꺽꺽대는 입술을 틀어막았고,
엉덩이로 살덩이가 비벼질 때마다 온 몸으로 열대야를 견뎌내었다.

그렇게 다 참아내고 나면, 싸이코는 내 방 벌거벗은 여자들이 즐비한 달력에 제 날짜를 찾아 오백 원씩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나갔다. 나는 이불 속을 웅크리고 녀석의 등을 훔쳐보았다.
……
마르고 긴 팔이 달력을 넘겨 볼 때마다 날갯죽지의 마른 뼈와 근육들이 긴 잔상을 남기며 움직이고 있었다. 딱딱하고 찬 방바닥에 눌러앉은 엉덩이는 사이에 골이 보일 정도로 말랐고, 척추를 따르는 뼈가 선명하기도 했다.

“저번 주는 시험기간이라 못 왔네.”

시험공부도 안 하면서.
그 시간 내내 슈퍼마켓 카운터에서 졸고 있으면서.
안 봐도 빤 한데, 핑계는 명확했다.

녀석이 어슬렁어슬렁, 기어서 다시 나에게 다가올 때마다 나는 꼭 호랑이 같다고 생각했다. 날렵한 몸에 아직 다 사그라지지 않은 반쯤 선 그것을 달고 내 몸을 장악한다.

“오늘은 한 번 더 하자.”

다음에 오백 원 하나 더 가져올게.

자연스럽게, 다리 사이가 열린다.




오랜만에 꽤 깊이 들어버린 잠의 어중간한 데에 용준형과의 첫 만남을 기억해내었다. 동네에 뿌리가 박힌 홍등가와 슈퍼마켓은 어차피 오래였고, 여전히 나는 계산대의 용준형과 마주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 진학을 하고 2학년. 처음, 녀석과 같은 반이 되었고.
홍등가라는 올무에 쌓여 단단한 내 이름표와 당당히 마주해 주었던 건, 용준형뿐이었다.

오기와 치기로 가득한 살쾡이처럼 굴었던 내가 치근덕대던 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을 때, 녀석은 내 길게 편 손가락을 제 입 속에 넣고 주욱, 빨았다. 혀의 감촉이 잔뜩 남은 손가락에 헛구역질을 하던 내가 화장실에서 웩웩대고 있던 걸, 녀석은 여유롭게 등까지 두드려주었다.
씨발 놈.
죽일 놈.
잔뜩 날 선 언어들 줄줄이 내뱉고 나자, 눈물이 봇물처럼 철철 흘렀다.

악을 쓴 내 눈물 앞에서도 태연했던 네 놈은, 마지막에 결국 낄낄거리며 크게 웃었다.

“아,”
“…….”
“이제 좀, 후련하다.”

그지, 이기광.

나는, 녀석의 말마따나 후련해진 속을 부여잡고도.
전혀 웃지 못했다.





_







장마가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비가 또 온다. 학교를 가지 말아버릴까 하며 온 집안을 둘러봐도 역시 우산하나가 없었다. 장마에는, 꼭 용준형이 파라솔만한 우산을 쓰고 날 데리러 왔다.

“…….”

장마는 이미 전 달에, 전 주에 끝났다.

…소나기인걸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산을 기다리던 새에 12시가 넘었다. 난 여전히 문짝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 비는 멈추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울리는 학교의 종소리가 희미하게 빗소리를 타고 들려왔다.
……
그렇게 모든 걸 체념하고 이불 속에 웅크려 누웠다. 눅은 이불에선 어제의 용준형과 배를 맞춘 냄새가 고대로 배어 있다. 킁킁, 하고 숨을 들이켜 보다가 이불 사이에 간간히 밴 놈의 냄새도 기억해내었다. 그나마, 어제는 질기고 단 잠을 잤다.

“기광아.”

그 순간, 문 밖으로, 빗소리를 가장한 목소리가.

“이기광, 학교가자.”

문이 열려지고, 운동화가 아닌 까만 삼선 실내화를 신어 양말이 다 젖은 채로 나를 찾아온 용준형을, 마주했다.

반사적으로, 파라솔우산 안에 달라들자,
낮고 잦은, 개구진 웃음소리가 놈의 가슴팍을 들썩거리게 만들고 어깨를 으쓱대게 한다.

“잠은,”
“…….”
“잘 잤어?”

응.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려보았다. 우산 안까지 비가 차고 넘치듯 내 목덜미로 놈의 숨이 들이차고, 녀석에게 갇히듯 안겼다.

“오늘도,”

널 재우러 올게.

선전포고에 잔뜩 겁을 먹고 어깨를 좁혔다.

더 극심하게 놈이 나를 파고든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fin. 20100720

아, 짧다:)

-
그 옛날 양반들이 했다던 신선놀음처럼 삶이 무료한 두 녀석의 야한 놀음같은 거.
쓰는 내내 이기광의 낙인된 삶마저 용준형 때문에 달콤했다면 믿으려나(....)

 
왕...이런 감정선은 처음이네유. 기광이 묘사보면서 와이거 전에 본거같아~이러다가 오백원짜리 싸이코 나오면서 감정이 파박!스파크스파크~
 
이곳의 용준형과 이기광은 늘 달아요. 마냥 달기만 한 단맛이 아니라 참 좋네요.
 
실내화 안의 다 젖은 양말이 참.
뭐가 저렇게 예쁜건지...
 
무엇을 하는 도중에 잠깐 짬이 나면 꼭 이 글을 읽어요.

쏟아지는 비 속에서 파라솔같은 우산아래 마주한 둘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시원해지네요.
 
이게 느나 글이었다니.... 세상에..... 느나 황금알을 쌌구나..
 
아........ 준형이의 느낌은 정말이지 준형이에요.
늘 그렇듯이. 뭔가 귀찮은 듯 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가득 안고 있는.
 
아,,,역시 형광은 이런 느낌,,,,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잔잔히 스며드는 이 느낌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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