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xo, text
 
 

 

I`m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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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가 끝나고 1교시가 시작되려는 시점에도 슬렁슬렁 운동장을 뛰고 있던 용준형이 불편해서 나는 부산스런 마음을 정리하지도 못했다. 1교시가 끝나고는 다시 창문가로 갔을 때 운동장엔 용준형이 없었다. 그래서 용준형네 반으로 냅다 달렸는데, 자리에는 아직 용준형이 없다. 화장실인가, 싶어서 다시 달린 길을 되돌아오는데, 우리 반 교실 뒷문 앞에 녀석이 서 있다.

“용준형, 뭐하냐.”
“어디 갔다 오냐.”

시험이 코앞인데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녀.

옅은 땀내가 한껏 진동하는 용준형에게 나는 실없이 한껏 웃어보였다. 여전히 흐리멍덩해서 감정 따위 잘 안 읽혀지는 용준형은 멍한 무표정으로 서 있다가 내 머리를 잔뜩 흩트렸다. 그러다가 잔뜩 웃고 있는 내 둥그런 볼을 제 손으로 힘차게 꼬집어버린다. 웃다 정든다, 이기광. 녀석이 말하는 타이밍에 나는 녀석에게 꼬집힌 볼이 너무 아파서 잔뜩 찡그려버렸다.



도대체 무엇도 의심할 겨를조차 없을 만큼 평온하고 맑은 금요일에 또 혼자 하교를 하게 되었다. 용준형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주번 활동과 청소를 하겠다면서 아무튼 기다리겠다고 말한 나를 또 먼저 돌려보냈다. 넌 내 방 청소나 해. 하고 등을 떠미는 걸, 쿨한 척 그러겠다고 돌아온 지 벌써, 5시간 째였다.

청소는 초저녁에 끝내고 뒤늦게야 빨간 잡지 생각에 책상 마지막 서랍을 열어보았다. 또 포장이 뜯기지 않은 그대로 책이 놓여 있었다. 이게 용준형에게 도대체 무슨 용도일까, 생각을 하다가 그래봤자 고작 열여덟 짜리에게 빨간 잡지는 다 그저 그런 호기심 때문이 아니겠는가를 상기시켰다.
잡지를 싸고 있던 포장지를 뜯어버리고 들척이기를 시작으로, 난 해가 질 때까지 몇 번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잡지를 훑어봤다. 챡챡챡, 신경질 적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요란한 잡지는 금방 귀퉁이가 구겨지고 있었다. 방 청소가 끝나고 정말 5시간이 넘어가도록 용준형이 나타나질 않아서, 끝내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수화음이 길게 들렸다. 원래는 두어 번이면 전화를 꼭 받고는 하는데, 벌써 일고여덟 쯤 수화 음이 들렸다. 어. 왜. 하고 급하게 받은 티가 역력하게, 핸드폰 건너에선 음악소리가 요란했다. 또다. 이번 주는 좀 조용히 넘어가나 했더니, 또 술 마시는 자리인가보다. 이런 건 별 수 없이 정말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

“뭐야, 너. 어디야. 왜 안 들어 와.”
-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꼭 있어야 연락을 하나. 되도록 제일 부루퉁한 목소리를 냈는데, 그런 것 따윈 상관없는 듯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용준형의 목소리보다 더 컸다.

“얼른 들어와.”
- 오늘 안 들어간다.
“어? 뭐라…”
- 오늘 안 들어가니까, 그냥 자라.

한 번도 외박하는 용준형은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멀뚱히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래도 그동안은 꼭 우리 집에 들러 잠을 자거나, 늦게라도 한두 시간은 집에 있기를 권하는 나를 못 이겼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선뜻 그렇게 말하는 용준형이 좀 미웠다.

- 길게 통화 못 해. 끊는다.
“여, 용준…형….”
- 무슨 일 있으면 연락 하고.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끊긴 전화를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잔뜩 인상 쓴 얼굴로 문자를 특특 찍어냈다. 내일은 놀토도 아닌데, 학교 갈 준비도 안 하고 집에도 안 들어오겠다고? 당장 코앞에 닥친 시험은 너 어쩔 거야. 원래는 바락바락 소리라도 지르는 게 맞는 거라서 문자로는 도무지 나의 짜증을 다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아 문자를 쓰는 걸 그만둬버렸다.
……

하긴, 언젠가부터 용준형에게 전화를 하는 일은 좀 각별해졌다. 내 쪽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매번 어려운 순간에도 내 전화는 꼭 받는 용준형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일은, 이제 많이 없어졌다.
애꿎은 핸드폰만 미워서 정말 하염없이 불 꺼진 액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_







밤을 새운 몰골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해가 뜨기 시작할 때 쯤 겨우겨우 얕은 잠을 자고 깨고 해서 눈 밑으로 잔뜩 그늘진 얼굴에 오랜만에 용준형이 사 주었던 검은 뿔테안경을 뒤집어 썼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녀석을 못 본 시간 내내 화와 짜증이 디룩디룩 살이 쪄서 아침이 되자 폭발하기 직전까지 나를 몰고 갔다. 용준형의 방에서 날을 지새운 터라 등굣길이 조금 더 길었다.

조례가 끝나고 1교시가 시작되기 전 틈을 타 부랴부랴 용준형의 반으로 직행했다. 뒷문을 서성이는데, 용준형이 제 책상에 엎어져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힘없이 주욱 늘어진 왼팔이 보니, 용준형이 얼마나 세상모르게 잠을 자고 있는지 조차 알려주고 있었다. 일단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외박은 했어도 학교는 잘 나온 게 새삼 기특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리고 1교시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매점까지 가서 빵하나와 우유 하나를 골랐다. 용준형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로 사긴 했는데, 왠지 이런 내 모습이 참 뿌듯했다.
용준형네 반으로 직행이었고, 1교시에도 저렇게 쿨쿨 자고 있었는지도 모를 녀석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야, 용준형.”

우어, 술 냄새. 예전처럼 진하진 않았지만 교복에 술이라도 들이 부운 듯 또 뒤척이는 녀석에게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그래도 그 냄새들 사이에서 익숙한 용준형의 체향을 느꼈다.

“일어나, 일어나 봐.”

차가운 우유를 녀석의 볼에 대자, 그제야 잠을 억지로 깨 나른한 몸을 조금 일으키고 퉁퉁 불은 눈을 떴다. 먹어봤자 더부룩하기만 할 빵이나 우유보다는 숙취 해소 음료나 머리 아플 때 먹는 약이 좋았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이유도 모르고 녀석이 안쓰러웠다.

“뭐.”

하고 꽤나 귀찮은 목소리를 하고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녀석에게 내가 빵과 우유를 들어대었다. 속이 별로 안 좋은지, 꼭 토할 것만 같은 표정으로 놓고 가. 하고 성의 없이 말하고 다시 쓰러지듯이 책상에 엎드리고 만다.

“나 어제 한 숨도 못 잤어. 너 때문에.”
“니가 왜.”

걱정돼서.

툭 하고 내뱉은 말에 용준형은 엎드려 눈을 감은채로 픽 웃어버리고 이게 꿈인가- 웅얼웅얼, 하고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버렸다. 걱정 되서 왔더니, 정말 그래서 왔더니 반갑다고 인사는 못할망정 찬밥신세를 면하질 못해서 나는 용준형의 너른 등판을 힘껏 후려치고 교실을 나와 버렸다.
금요일마다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걸까. 음악소리와 여자들 소리는 또 뭐고. 물어도 알려주지 않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에 잔뜩 이골이 나서 나는 악, 하고 소리라도 질러보고 싶었지만, 복도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참았다.
그 와중에도 용준형이 걱정되어서, 난 녀석의 반을 몇 번이나 돌아보았다.




쿨럭,

토요일 오전 수업이 모두 끝나고 6시까지 있는 자율학습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 이틀 후에 바로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깨알 같던 소문들 중 하나가 갑작스럽게 전교에 파다해지도록 들리기 시작했다.
인근 어디 여고에 여학생 하나가 임신을 했고, 그 애 아버지가 용준형인 것 같다는.
나는 점심용 도시락을 몇 숟갈 떠먹지 못하고 버려야만 했고, 자율학습 시간에 용준형네 담임과 우리 반 담임을 차례로 상담해야했다. 용준형네 담임과 우리 반 담임은 그동안 나에게 말하려고 했었던 갖가지의 용준형의 불량한 모습과 행동들을 지적했다. 아니, 나는 그 무수한 말들을 무의식 중에도 전혀 수긍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혹시 용준형이 학교 밖에서 어떤 비행을 저지르는 지, 어떤 행동을 하고 다니는 지에 대해 물어왔다.

실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나도 학교 밖에서는 용준형이 뭘 하고 다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금요일마다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고 전화를 하면 요란하고 정신없는 음악소리와 여자들의 소리가 쏟아지며 다음 날에는 잔뜩 술 냄새를 뒤집어쓰고 온 다는 걸……
말해야 할지 그러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정확한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난 용준형에 대한 소소한 사실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말 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이유가 없었다.
용준형은 그보다 더한 나의 치부까지도,
함구하고 지켜주는 게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내 방식은 정당하고 의롭다고 믿었다.


자율학습 중에 화장실을 가야 한다거나 쉬는 시간이 짬짬이 있을 때마다 난 쉬지 않고 용준형네 반을 어슬렁거렸다. 용준형이 없다. 분명 자리에 가방이 걸려 있었는데, 녀석은 없었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말로 용준형이 학생부실에 끌려갔고 반성문을 쓸지 모른다는 게 들려왔고, 나는 아직 마음속에 정리하지 못한 그 ‘소문’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준형이 그런 애 아니야.”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소문들에 용준형에 대한 입에 담지도 못할 말들을 해가며 떠드는 게 듣기 싫어서, 난 얼굴도 모르는 몇몇 녀석들에게 독이 서린 눈을 했다. 나에게 밉보이는 게 곧 용준형에게 밉보이는 것보다 더 큰 일이 될 걸 알아서 다들 쉬쉬하는 척을 했지만, 그래도 그저 어리석은 몇몇 그룹들은 많이도 비아냥댔다.
용준형 면전에선 그러지도 못하는 것들이.


당연히 공부가 될 리 없었다.
난 자율학습은 그만 두고 멀뚱히 하늘을 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6시가 되자마자 하교를 할 준비를 하고 용준형네 반에 가서 녀석의 가방을 챙겼다. 가방 안은 책이 없어 가벼웠는데, 그 안에는 다만, 내가 사들고 갔던 우유와 빵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새삼스럽게 이런 것들조차 나에겐 울컥울컥했다.

학생부실 앞에 서 있었다. 혹시 용준형의 기척이 들릴까 해서 문 앞에 귀를 대고 있었는데, 어느새 학주가 내 앞에, 아니 학생부실 앞에 있었다.

“잠깐 들어가 봐라.”
“네? 네.”

역시 선생님의 그 분위기가 압도 되어서 실상 들어갈 생각은 없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덩그러니, 별 것 없이 텅 빈 학생부실에는 용준형이 한 쪽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볼펜을 든 손가락이 이따금 움직였고, 볼펜에서는 다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여기서 뭐해.”

내가 여기까지, 학생부실까지 찾아올 거라고 생각을 안 했는지,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꽤 놀란 눈으로 용준형은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심하게 쭈뼛대었다. 사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용준형이 보고 싶었을 뿐이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음.”
“집에서 해.”
“…….”
“오늘은 집에 들어가.”

그런 건성인 말투를 듣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난 좀 더 가까이 용준형에게 다가갔다. 그랬더니 선명하게 반성문이라는 폼에 적힌 글씨가 보였다.

‘그런 일 따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느낌의 어투도 아니었다. 않았습니다, 도 아니고 않았다. 라니. 반성문이, 용준형다워서, 나는 픽 웃어버렸다. 빈 웃음 이었다. 난 녀석의 글씨 위를 문질러보았다. 실은, 나도 녀석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왜 그랬어?”
“…….”

문득, 묻는데 용준형이 그제가 완전히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묻는 말에, 용준형은 의도를 감출 새도 없이 꽤나 충격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고, 어깨를 크게 으쓱거렸다.

나에게는, 분명, 오해를 살만한 행동이 있었다. 금요일마다 느끼는 이질감과 녀석의 방 안에 유일한 빨간 잡지로도 충분히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에 대해서 남들에게는 다르게 말해도 나에게는 솔직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에 먼저 갈게. 네 가방은, 내가 가져간다.

어차피, 내 치부조차 덮어준 녀석이 용준형이었다. 혹시, 이번 소문이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고 해도 난 녀석의 치부를 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맞는 거라도 난 생각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용준형은 항상 술을 마시는 날이 있었고 집에 늦게 오는 날도 있었으며 술김에 실수로라도, 어떤 여자랑 그런 일을 저질렀을 수 있다고 수긍했다.






_







용준형의 가방은 그대로 내 방 책상에 내 가방과 함께 얹어져 있었다. 침대에 나른한 몸을 뉘였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 용준형을 기다리느라 한숨을 제대로 못 잔데다가 학교에서도 용준형의 사건이 터졌다. 딱 그걸 인식하고 나니까 심신이 다 쪼개질 것 같은 정도로 피곤함을 느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초저녁부터 꾸벅꾸벅 졸다가 잠에 든 모양이었다.


다리 아래 묵직한 느낌이 들고 몸이 답답해서 잔뜩 찡그리고 눈을 떴더니, 눈앞에 용준형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놀래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잠이 확 다 깨버렸다. 다행이도 깊게 단 잠을 잤는지, 한 결 기분이 상쾌하고 가벼웠다.

“가방 가지러 왔어?”
“아니.”

고개를 가로젓던 용준형이 덜 일으킨 내 몸에 입고 있던 티셔츠를 허리부터 돌돌 말아 어깨까지 들어올렸다. 대체 얘가 왜 이러나 싶어서 그냥 하는 걸 고대로 두었더니 난 금방 상의가 탈의 되어 맨 몸을 했다.
다음은 바지 차례였다. 트레이닝 고무줄바지는 용준형의 손끝에서 별 저항 없이 벗어지고 양 다리를 하나씩 빼 내었다.
그리고 브리프 허리춤에 녀석이 손을 대었을 때 나는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뭐하자는 거야, 지금.”
“…….”
“너, 오늘도 술 마셨어?”

녀석의 목 뒤부터 킁킁 대었더니, 미미하게 어제의 술기운이 있는 것 빼고, 녀석은 심하게 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아- 하고 내 귀에 다 들릴 정도로 크게 용준형은 한숨을 내쉬었고, 난 그 한숨을 따라 마음이 좀 진정되었다.

“너,”
“…….”
“어디까지, 내가, 필요하냐.”

이기광아, 말해봐.

녀석의 물음이 서늘해서, 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창으로 들어오다가 문을 덜 닫기라도 했나 싶어서 창 쪽을 한 번 바라보았고, 또한 속옷만 입은 내 맨 몸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용준형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사람이랑, 입 맞추고 만지고 안는 행위가.”
“…….”
“어떤 의미인지 알고는 있어?”

용준형의 질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꼭 의미를 규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를 조금 보듬어 줄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나와 용준형은 친구라는 피상적인 의미를 한 차원 넘어선 끈끈한 유대감이 있다고 믿었다.

“너랑 나는, 비정상이야.”

처음부터 올바른 정의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용준형은 냉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왠지 더럭 겁이 나서 녀석의 몸을 부둥켜안았다.

“나 춥다. 준형아.”
“…….”
“…….”

녀석은 안긴 나를 안아주지 않았다.

“나는, 여자보다 널 먼저 알았고.”
“…….”
“여자보다 널 먼저 만졌고.”

……
……

용준형은 제 몸과 합체를 한 것처럼 완벽하게 안긴 내 뒷머리부터 뒷목과 등, 그리고 척추 선을 따라 허리 아래까지 만져보았다. 알고 있었다. 용준형은 언제나 나를 만지거나 입을 맞출 때 매번 조심스럽고 진실하였다. 그 마음을 내가 느껴서, 금방 안정이 되고 그 마음에 안식할 수 있었다.

“너를 이렇게, 안는 게.”
“…….”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최고의 사치라고 항상 생각했어.

……

오늘따라 용준형이 왜 이러나 싶어 불안해서 나는 녀석을 안은 팔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내가 너를 존나 좋아하는 거랑.”
“…….”
“네가 나를 그냥 필요로 하는 거랑.”

……
…너무 달라서.

난 다르지 않은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난 용준형이 필요하고, 그게 용준형이기 때문에 필요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허리를 안은 용준형의 팔과 어깨가 모두 떨렸다. 내가 악몽에 시달려 덜덜 떨었을 때, 딱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어서 나는 더 드세게 용준형을 안아보았다.

“여자 같은 거. 못 안아.”

……

“난 진짜, 믿고 싶지 않았는데.”

……
……

나한테, 이기광이.
……
너무 깊어서.
……
……

도무지 헤어 나올 수가 없어서…

매일 불안해했던 건 내가 아니라 용준형이었다.
맨 몸인 등줄기를 타고 용준형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난 지금 이 순간, 용준형이 너무 무서워졌다. 한 번도 내 앞에서 이렇게 서럽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늘 단단하고 제 생각이 곧은 녀석은 너무 강할지언정, 휘어지는 일이 없다고 느꼈었다.

“…내가 잘 못 한 거지, 준형아.”

미안해.
……
내가 다 잘못 했어.
……
……

어깨를 도닥일 때마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는지, 눈물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다행이었다. 등에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면, 나는 정말 그 무수한 죄책감을 감당하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눈을 꽉 감아보았다.

“다른 사람은 다 날 안 믿어도.”
“…….”

너만큼은,
……
…너는 나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내가 한 해를 넘게 시달렸던 현실을 보지도 않고 내 말만 백프로 믿어주었던 용준형과는 달리, 나는 반성문에 선명하게 적힌 용준형의 현실과 사실을 보고도 녀석을 왜 그래야만 했냐고 나무랐다. 도리어 내가 그 진실을 내 맘대로 추측하고 왜곡하고 단정 지었다.

이렇게, 그토록 한결 같았던 너에게, 난 내 방식으로 더 잔인하게 상처를 주었다.

나는 이 순간이 너무 괴로웠지만, 용준형을 따라 울지도 못할 정도로 잔뜩 겁이 나 있었다.











to be continued

이 글에 중심이 보여 질까 싶어서. 분명 느끼는, 그 현실이, 맞아요.
아직 어린 두 녀석들은, 아플 거야.


 
저는요 미성년의 날이 1편 올라오자마자 매일 홈페이지를 들어오면서 기다리고 매번 읽고 새글이 안올라오면 또 읽었던 편을 읽고... 지금까지 4편까지를 읽으면서 무엇이라 할말이 없어요- 그냥 잘 읽고있어요.
말주변 글주변이 없다는건 참 답답한 일이라고- 매번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과 표현을 말할수 없다는게..
 
겁이난다는 건 참 그래요. 말해야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겁이 나는. 그리고 따라 울 수 조차 없을만큼 겁이 나는, 그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요...
 
준형이가 우네요... 준형이의 눈물에 마음이 아픕니다. 준형이가 혹시라도 지쳐 떠날까봐 겁이 났어요. 기광이를 내버려 두고 떠날 준형이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아픈 준형이가 혹시라도...
얼른 다음 편 보러 가야겠어요!
 
마음이 아프네요 그냥 글 속의 두사람인데 아직 어려서, 준형이가 너무 애틋해서 준형이가 우는데 왜 제가 덜컥 겁부터 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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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저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네요. 미성년이란 단어자체도 절 슬프게 만드네요. 준형이가 기광이를 대하는 마음과 준형이를 대하는 기광이의 마음이 다른건지 같은건지 잘 모르겠어요. 기광이는 준형이에게 너무 의존해있어요. 기광이의 성년으로서의 날들이 너무 걱정되네요. 어른이 되면 둘은 떨어질텐데. 어린 둘을 지켜보는 건 맘아프네요.
 
아. 정말 가슴이 먹먹해요.
아프다는 단어보다는 먹먹하다는 단어가 좀 더 어울려요. 지금 제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과 네가 필요로 하는 것.
저도 모르게 너털 웃음을 짓고 말았습니다.
.....먹먹하네요 정말...
 
하아.. 진짜 기광이가 준형이한테 왜 그랬냐며 나무랄때 정말... 무관심한 것 같지만 은근 세심한 준형이와 꼼꼼하게 잘 챙겨줄 것 같지만 은근 무신경한 기광이의 모습이 보이네요. 항상 둘 볼때마다 느낀 거였는데.. 그 들의 모습이 보여서 더 글에 흡수성이 있는 것 같아요. 하아, 준형이 딱해 죽겠네..
 
왜 그랬어? 라니. 기광이한테 너야말로 왜 그랬냐고 묻고 싶어요. 정말 기광이만큼은 준형이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 였는데. 밑도 끝도 없이 기광이 말만 듣고 기광이만 믿어준 준형이였는데. 나한테 이기광이 너무 깊어서, 라고 말하는 부분이 와중에도 너무 좋네요. 준형이 입장에서는 감정이 봇물 터지듯 순간 확, 터져버린 것이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대사가 그렇게 달아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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