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xo, text
 
 

 

I`m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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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그라지지 않은 울음에 의해 어깨도 제 멋대로 딸꾹질을 하는 것처럼 으쓱대었다. 그래도 한결 마음이 차분해 진 건, 내가 온전히 용준형의 공간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녀석의 방 안은 벽에 걸려 약간 흐트러져있는 용준형의 교복 말고는 대부분 금요일에 내가 치우고 간 그대로였다. 아직도 울음기가 가득한 눈은 금방 피곤해져서 잔뜩 감겼고, 용준형은 아주 가만히 침묵으로 내 옆에 한 없이 앉아있었다. 침묵이 길었다.

“아직도.”
“…….”

아직도… 그래?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목소리를 냈더니, 뭐. 하고 질문의 요지를 알 듯 말 듯, 불완전한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때문에 울컥하는 마음이 더 진했지만, 다행이 눈물이 더 나지는 않았다. 용준형은 그러다가도 좀 더 흐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따금? 하고 말꼬리를 조금 올리다가 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너랑은 상관없는 거야.”
“…….”
“내가 거기 서있든, 엎어져있든.”

알겠어? 알아들었어?

거짓말쟁이 용준형에게 나는 심지어 거짓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았다.


원래 잠이 많았던 용준형의 리듬은, 매일 같은 악몽에 시달리는 나 때문에 한순간 고쳐질 정도였다. 사건이 있고 한 달이 넘게 똑같은 꿈을 꾸었고, 용준형과 함께 잠을 자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처음에 며칠은 전화를 했을 때 녀석은 열만 세. 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내가 눈을 감고 열을 세면, 어느새 용준형이 찬바람을 몰고 우리 집 담에 꼿꼿이 서서 내 창문을 힘차게 두드렸다. 추운 날인데도 런닝 하나 걸치고 열 띈 숨을 내뱉을 정도로 있는 힘껏 뛰어오곤 했다.
그리고 며칠이 그렇게 지나고 난 후부터, 지옥 같은 꿈에서 현실로 돌아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창밖만 바라보아도 고장 난 가로등 밑에 용준형이 서 있었다. 그럼 내가 셋도 세기 전에 용준형이 우리 집 담에 올라섰다. 그래서, 우리 집 앞의 가로등 아래에는 항상 용준형이 펴댄 담배꽁초가 많았다. 흔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용준형이 날 기다린 시간이 길어졌다.

……
그러다가,
정말 꿈조차 꾸지 않게 되고, 마음이 누그러지고, 잘 자게 되었던 때쯤 용준형이 가로등 아래 남긴 담배꽁초는 한 갑을 넘어섰다.

아침에 등교를 하려고 집을 나오면,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와 담배냄새에 쩔은 가로등이 내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심지어 나는 용준형을 나무란 적도 있었다.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
묻던 용준형은 잔뜩 내 볼이나 입술을 꽉 깨물어버렸다.

용준형은 내 잔소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지만, 내가 점점 괜찮아질수록 가로등 아래에도 담배꽁초가 몇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뜻하지 않게 마음이 많이 허전해졌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이제는 용준형이 불이 꺼져 시꺼먼 내 방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을 일은 추호도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랬던 용준형을.
……
아직도 용준형은.


“꿈을 꿨는데.”
“…….”
“네가, 나왔어.”

원래 과거에 꾸었던 악몽에는 용준형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다섯 명의 눈초리와 시꺼먼 손이 날 더듬는 구역질나는 것들뿐이었다. 그 꿈은 오늘 다시 새롭게 변질되어, 진화되어, 나를 옭아매었다.

“꿈에 용준형이,”
“…….”
“나를.”

……경멸했어.

용준형은 옆에 앉은 날 똑바로 보고 앉았다. 여전히 아무런 생각도 읽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항상 멍하게 똑바로 쳐다보는 눈에는 그래도 온전히 내가 있었다. 난 그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러워서 눈을 감아버렸고, 곧 용준형의 숨결이 가까이 와 닿았다. 허리를 끌어안아오는 걸 그대로 달음질하는 것처럼 녀석의 품에 가 안겼고, 자연스럽게 체취를 나눴다.
이상하게, 용준형에게서 내게 이어져오는 감정은 느끼고 또 느껴도 항상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더 꽉 녀석을 안았다.

“개꿈이야.”
“…알아.”

이기광이나 졸졸 따라다니는 용준형이라는 개의 꿈.

학교 안에 파다하게 나도는 ‘개준형’은 녀석과 나의 일상에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개준형이 있을 뿐.

안겨있는 데도 너무 추워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등을 쓸어내리고 머리를 헤집던 녀석의 손은 내 목 뒤에 안착했고, 용준형과 나는 다시 입을 맞췄다.

실은, 용준형과 한 입맞춤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세어보자면 수도 없이 많아서 이젠 셀 수조차 없었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 들어서는 확실히 이번이 첫 번째였다. 매일 같이 제정신이 아니었던 날들에는 이따금 시작된 입맞춤이 오래 여운을 남겼다. 원래 몸이 뜨거운 편인 용준형을 매일 안고 있다는 게 안심이 되던 것도 모자라서, 몸보다 더 뜨뜻한 용준형의 혀를 찾았다. 온갖 방법으로 체온을 나눌 때에 역시 입을 맞추는 것만큼 나에게 안정을 주는 것도 없었다.

용준형의 열기가 나에게 다 넘어올 때까지 나는 녀석에게 끈질기게 매달렸다.

“야, 씨발.”
“…….”
“정신 차려. 그만해.”

그만하라고.

이제 달라붙어있는 날 억지로 떼어내는 용준형은 역시 나보다 힘이 셌다. 난 그래도 옮겨 받는 온기를 붙잡으려고 몸을 더 웅크렸다. 그리고 이미 반은 더 감긴 눈을 비비적대면서 용준형의 가슴팍에 파고들었다. 용준형은 나에게 쉴 새 없이 따뜻하다.

“준형아, 자자.”
“…….”
“나 잘래. 졸려.”

……
…이기광, 너 때문에.
……
내가 존나,
……
……

희미하고 조용하게 멀어지는 용준형의 목소리와 잔뜩 다 감긴 눈꺼풀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않았다. 퓨즈가 나간 것처럼, 온전히 쉬고 있었다.

이 따뜻함만 있으면 된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러니까, 용준형만 있으면 된다.






_







“안 벗을래.”
“어. 안 벗을래.”

너무 더워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녀석의 야구점퍼를 목까지 잔뜩 올려 잠근 나를 보고 용준형은 끝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눈초리를 하고 날 바라보았다. 용준형이 문제집 사이로 들고 있던 볼펜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덜렁 누워버린다. 나는 야, 공부해야지 하고 궁시렁거리는 데 고개를 반대쪽으로 획 돌려버린다. 그래서 녀석의 문제집을 한 번 훔쳐보았더니, 분명 내가 하라고 한 부분까지 다 한 상태였다.
입 꼬리가, 빙글대고 지 맘대로 올라간다.

“우리 준형이, 말도 잘 듣지.”

잘하면 성적 많이 오르겠다, 그지?

난 뿌듯한 눈으로 동그라미가 가득한 용준형의 문제집과 용준형의 뒤통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나는 이삼일, 용준형네 방을 전전하는 중에 한 번도 똑같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나는 옆으로 긴 상에 다리를 뻗고 앉았다. 상을 가로질러서 용준형의 옆구리에 발바닥이 닿았다. 툭툭- 두어 번 건드리자, 용준형이 내 맨발을 제 손으로 감아쥐었다. 원체 작은 손만큼이나 작은 내 발은 쉽게 용준형의 손에 덮였다.

“손이 따뜻하네.”
“네 발이 찬 거다.”

동그란 발을 주물 거리던 녀석의 손이 간지러워서 난 헤실 대고 몇 번 웃었다.

“이기광.”
“응.”
“너, 나 유학가면.”

……

용준형의 고개를 내 쪽으로 돌아오자, 비식거리는 표정이 마주쳤다. 나는 끈질기게 일렁이기 시작한 감정을 여실히 표정에 드러내고 볼펜을 상 위에 던졌다.

“유학을 왜 가.”
“말이 그렇다는 거야.”
“안 가. 너, 유학 안 갈 거야.”

……

“가지마.”
“…….”
“내가 안 보내.”

단정적으로 말하는 나에게 픽 비웃어 보이는 녀석은 그제야 다시 뒷말을 했다. 야, 씨발 난 내 말 아직 꺼내지도 못했다? 녀석이 꽉 감아쥔 발에는 용준형만의 악력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도 갈 생각은 없는데.”
“…….”
“어쨌든, 가게 되면.”
“어쨌든이 대체 어디 있냐고, 그러니까.”

…자꾸 말 자를래.
아, 하지 마! 넌 안 갈 거니까, 그런 가정도 하지 마. 안 들을 거라고!

버럭, 한 마음에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정말 용준형의 방에 쩌렁쩌렁 울렸다.
어우, 씨발. 감정이 북받치고, 아까 저녁 먹은 속이 더부룩해져서 헛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안색이 파래진 나한테 용준형은 도리어 잔뜩 찡그리고 허리를 세우고 앉았다. 얼굴로 다가오는 녀석의 다른 손을 허공에 세게 쳐내버리자, 그제야 순간 비죽 웃는다.

“씨발.”
“…….”
“난 너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그게 뭐.”

…나 때문인 일이 한 둘인가. 대수롭지도 않고 이젠 같잖아서 엉망인 얼굴로 문제집에 눈을 떨어뜨렸다.

“이번에, 성적 더 떨어졌다간.”
“…….”
“강제출국이다.”

……
……

“공부도 할 거고.”

……

“까짓 거 성적도 올릴 거고.”

……

“강제출국은 개뿔.”

……
…이젠, 너 때문에 하는 일 아니면, 나 아무것도 안 한다.

단정적으로 그럴 일 없을 거라는 걸 선명하게 듣고 있는데도, 마음이 불안하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부산스럽게 문제집을 들춰보고 교과서를 들썩였다. 발등을 덮은 용준형의 손이 거둬지고 이질적으로 닿는 공기의 기운에 울컥하고 결국은,
울어버렸다.

“씨발, 왜 울고 지랄이야. 어?”

용준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말 참고 있었던 눈물에 울음이 다 뒤섞였다.
옆에 있어줘, 곁에 있어줘. 아무데도 못 가.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고, 녀석이 준 모든 것들을 평생 동안 갚아도 다 갚지를 못할 텐데, 쓸데없는 조바심만 많았다.




문제집과 교과서를 들여다보다가, 용준형의 진도를 맞추어 보다보면 어느새 잠이 들고, 잠에서 깨면 좁은 일인용 침대에서 둘이 뒤엉켜 자고 있었다. 아주 예전에는 침대가 이렇게 좁다고 여겨진 적이 없었고, 다 크고 나니까 불편해진 침대에는 그래도 습관처럼 서로 붙어 잤다. 다행이었던 건, 열이 많은 녀석의 몸에 비해 찬 기운이 도는 내 몸이 적당한 밸런스가 되어 다행이었다. 아니면, 잠결에도 용준형이 날 밀쳐내고도 남았을 테니까.

그날 밤 꿈에는 출국하는 용준형이 나왔다. 뒤늦게 출국소식을 듣고 잔뜩 화가 나 씩씩거리며 공항으로 부랴부랴 갔는데, 용준형은 멀리 내가 바락바락 소리 지르고 있는 걸 빤히 보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것 같은 얼굴로 비죽 웃었다. 그래서 난 얼굴을 잔뜩 구기고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했다. 무엇에 해방되어서 저리 편해 보이는 걸까, 고민을 하다가 불현 듯 잠을 깨었고, 그제야 꿈인 걸 알았다.

함께 베고 있던 베개를 빼내어서 용준형의 자고 있는 얼굴에 뭉개버렸다.
그러자 곤히 잠들어있던 용준형이 쿨럭- 하고 밭은기침을 하고 찡그리며 잠을 깨었다.

“나쁜 놈.”
“아, 뭐야.”
“끝까지, 못됐어.”

……
……

아오, 진짜. 용준형은 대강 질린 얼굴을 했고 난 잠깐 멈칫했다. 저러다가 진짜 나 꼴도 보기 싫다고 하면 어쩌나, 오지도 않은, 있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불안해 떨고 있는 나는, 언제나 용준형 때문에 질식할 지경이다.

“또 꿈 꿨냐.”

존나, 그거 나 아니라고.

나른한 몸을 일으키며 사나운 눈을 하는데, 새까맣게 어두운 방 안에 녀석의 눈만 반짝거린다. 그렇다. 용준형은 아직은 나와 함께이다.

난 쇠약해졌다. 이 말로 밖에 나를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었다. 녀석에게 집착이나 하고 있는 바보 같은 모습에 용준형은 앞으로 얼마나 날 견뎌줄 수 있을까하는 사사로운 고민과 현실과, 지나간 과거와 앞으로 올 미래가 한데 다 뒤섞여서 불완전한 나를 만든다. 견딜 수 없이 속이 답답해서 난 가슴을 움켜쥐었다.

“너, 출국하는 꿈 꿨어.”
“…….”

넌, 언젠가.
……
나에게 질려 도망갈 거야.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내뱉고 나니까 가슴뿐만 아니라 목도 아팠다.
다, 아파서, 자꾸 내가 우나보다.
가슴을 꽉 움켜쥔 내 손 위로 용준형의 손이 떨어졌다.

“야, 나 봐.”

잔뜩 누그러진 내 얼굴에 다른 제 손으로 턱 아래를 문지르다가 번쩍 들어 올렸고, 들어올려 지는 얼굴과 동시에 다 떨어지지 못한 굵은 눈물방울이 흐드득--- 하니 하강했다. 눈물이 다 떨어져 버리자 용준형의 얼굴이 시꺼멓고 선명하게 가까이 보였다. 용준형은 내가 그동안 봤던 어떤 표정보다 밝게 웃었다.

“이기광아.”
“…….”
“어차피 안 갈 거지만.”

언젠가, 지금이 아니래도 어디든, 가게 되면.
……
…존나,
……

같아 가자. 너야말로, 도망가면 죽여 버린다.

으헝헝헝. 이상하게 소리를 내고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웃는 용준형의 얼굴은 정말 묘했다. 그 얼굴을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고 있자, 곧 정색하듯 원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이것도 설마 꿈일까,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다.

“대답해.”
“어.”

…알겠어.

난 냉큼, 대답했다.
그러겠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가볍게, 용준형은 내 입술을 핥고 이를 세워 내 입술을 깨물었다.






_







일주일 내내 용준형에 의해 푹 잘 수 있게 되자, 위태위태했던 부작용이 발병했다. 눈은 떠졌는데 몸이 나른해서 몇 십 번은 눈만 깜박이고 있다가 용준형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 미끈한 얼굴을 훑어보다가 빙글 웃어버렸다. 자고 있을 땐 다행이도 찡그리고 사나워 보이는 얼굴이 아니었다.
난 용준형의 볼을 살짝 깨물어보았다. 움찔, 하고 녀석이 단잠을 깨었다.

“준형이 일어나세요.”

프히히히, 잘게 웃었더니 서서히 눈 뜨던 용준형이 내 얼굴을 보고 잔뜩 미간을 좁혔다. 뭐야, 몇 시냐. 방금 깨어서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했다. 지금 8시. 일어나 씻고 열심히 뛰어도 지각인 시간이었다.


용준형의 손아귀에 잡힌 팔목이 너무 아파서, 질질 끌려서 서둘러 등교하는 길이었다. 오늘따라 일부러 쳐지듯 걸으며 지각, 처음인데 뭐,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내 속편한 소리를 듣자마자 또 멍한 무표정으로 날 우악스럽게 잡아끌기 시작했다.

히끅.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학주는 딸꾹질이 날 정도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각한 학생들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자세로 일렬로 나란히 서 있었다.
히끅. 하고 다시 한 번 내가 딸꾹질을 하자, 학주의 눈과 용준형의 시선이 함께 돌아왔다. 학주는 내 앞에 서서 안 그래도 작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들고 있는 매 한 자루가 전봇대처럼 굵어보였다. 학주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날 훑어보다가 가슴팍에 있는 마이의 이름표를 바라보았다.

“이기광이는….”
“기광인, 저 깨우느라 늦었습니다.”

학주가 또박또박 이름을 까 내리자, 불쑥 용준형이 말을 잘라먹었다. 학주는 곧 옆에 선 용준형을 흘끔거렸다. 안 그래도 불량스런 복장이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현란한 과거로 블랙리스트에 있는 용준형은 얼굴만 봐도 학주가 고개를 주억거릴 정도였다.

“지각생들은 운동장 20바퀴.”
“…….”
“이기광이는.”

정상참작. 면제.

일렬로 선 학생들은 저마다 앓는 소리를 하며 책가방을 내려놓고 뛸 준비 중이었다.

“너.”
“…….”
“용준형이.”

넌, 이기광 것까지, 40바퀴.

학주가 용준형의 가슴팍에 들고 있던 매로 슬쩍슬쩍 밀치자, 밀쳐지지 않으려는 용준형과 팽팽했고, 40바퀴를 외치는 학주는 정말 있는 힘껏 용준형의 가슴팍을 밀어내었다. 그제야 한 번 용준형이 뒤로 밀렸다. 잔뜩 인상이라도 쓰려는 타이밍에 내가 용준형의 어깨를 두드리며 속으로 진정해. 진정. 을 외쳤다.

나는 슬슬 제일 뒤쳐져 뛰려는 용준형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었다.

“너희 반에 가져다 놓을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은 더 이상 표현할 길이 없었다.
용준형은 팡팡, 하고 내 엉덩이를 큰 손으로 힘차게 다독였다.

“여어 들어가라, 꼬마.”

이런 것 따위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별 것 없이 운동장에 뛰어드는 용준형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금요일이다. 금요일은 일주일에 한 번 용준형의 방을 청소하는 날이고, 오늘은 더욱 세심하게 용준형의 방을 치워야 되겠다고 다짐했다.











to be continued

‘준형이 일어나세요-’ 는 이번 올마이티에 택배아저씨로 분장한 용준형한테
이기광이 인터폰으로 ‘네 준형군, 준형이 뭐하세요-’ 하던 그대로:)

 
용준형 마음은 세상에서 제일 넓고도 좁고, 이기광 마음은 세상에서 제일 좁고도 넓고. 다 읽어도 계속 아른아른. :)
 
이젠 기광이 때문인거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는 준형이..ㅠㅠ.. 전편에서 신기하게 짠~ 나타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요. 그러게 누구 때문인데, 담배 피운다고 뭐라고 하고^^;..
 
여전히 곁에 있어서 다행, 그리고 늘 따뜻해서 그것도 다행, 이라고 생각해요. 주고 또 주어도 메마르지 않는 마음 같은 게 있다면 이런 걸까. 사랑스럽기도 하네요:)
 
용준형 같은 남자..........
와, 기광이는 평생 준형이한테 집착하겠네요!
물론 '준형이 일어나세요-' 라고 말하고 웃던 기광이도 평생 준형이 한테 못 벗어나겠지만! 잘 읽었습니다 푸리에님~
 
'준형이 일어나세요.' 이거 올마이티 딱 그 대사 느낌 파바박 났는데. 밑에 푸리에님의 설명 보고 빙고, 를 외쳤네요. 이 소설 느낌 너무 좋아요. 분위기가 딱 제가 좋아하는..그런 분위기. 잘 읽었어요~!
 
준형군 뭐하세요. 분명히 상황은 기억 나는데 올마이티 어디에 나왔던건지 기억이 안나서 한참 찾았네요. 정말 저런 남자 어디 없을까 싶을정도로 헌신적인데 저렇게 헌신적인 사람이 완전하지 못한 기광이 옆에 있는다는게 어쩌면 굉장히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된다는게 슬퍼요.
 
그랬던 용준형을. 아직도 용준형은. 그러게요, 아직도 용준형은. 그리고 기광이도. 둘 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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