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xo, text
 
 

 

I`m sorry:)

 


 |  ♥ (4)  HYUNGKWANG (30)  DUKWANG (1)  SEOBKWANG (1)  TRIPLE (1) 
 login



작심삼일. 기어코 욕지거리를 하며 깽판을 놓았던 기광이 소각장에 나타났다. 요섭이 그 얼굴에 침을 뱉을 수도 있을 만큼 어이없는 얼굴로 빈정대며 웃었다. 기광은 그런 요섭에게 가운데 손가락 하나를 먹이고 요섭의 엉덩이를 뒤졌다. 꼬깃꼬깃한 담뱃갑에 돛대를 하나 냉큼 집어든 기광이 반대쪽 요섭의 엉덩이를 뒤져 라이터를 찾았다.

“조그만 게 까져가지고.”

누구 엉덩일 만져.

요섭이 이번엔 말로 빈정대자, 기광은 듣는 체도 않고 일단 담배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건들지 마. 나 예민해.”

그것도 존나.

열렬히 담배를 빨던 기광의 것이 이미 태우고 있던 요섭의 것보다 더 빨리 줄었다. 더 없어? 없어. 나 한입만. 그러면 요섭이 줄 것처럼 굴다가도 열나게 빨아대었다. 기광이 아쉬워서 입을 쩝쩝 다셨다. 정말로 작심삼일. 준형에게 담배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지 딱 삼일 째, 미련하게 그동안 한 대도 안 피우더니 요섭에게 개차반 같은 성질에 성질을 내고 결국 제 결심을 저버렸다. 하긴, 삼일에 딱 한 대면, 이기광도 대단했다. 아, 살 것 같아. 기광이 몸을 바르르 떨었고 요섭은 결국 한 번 크게 웃었다.




요섭과 기광이 나란히 제 앞에 나타나자 준형은 주머니에 꽂았던 손을 빼내었다. 가을이 오고 급격히 추워지면서 꼬장꼬장한 땀내 나던 하복은 빨래신세가 되고 보송보송한 춘추복차림이었다. 요섭과 기광보다 먼저 춘추복을 입고 나타난 준형은 와이셔츠 소매를 가지런히 접어올린 상태였다. 요섭은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저 새끼는 뭘 입고도 허구한 날 똥폼이야 재수 없게. 가래가 끓어서 카악- 퉤 하고 요섭이 복도 아무데나 침을 뱉었다. 복도를 쓸던 주번 하나가 요섭을 쳐다보자, 요섭은 철면피 같은 얼굴로 식 웃으며 미안허이, 같은 노인네말투를 했다.
그새 준형이 기광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아쥐고 제 코를 기광의 입술에 들이밀었다. 당연하게, 준형의 코가 도톰한 기광의 입술에 파묻혔다.

“담배냄새.”

그리고 고작 한다는 말이 정곡을 찔러서 기광이 태나게 허둥대었다.

“아니이. 양요섭 이 개새끼가-”

기광도 변명을 한다는 것이 결국 요섭의 꼬드김에 넘어간 어린양 즈음으로 자신을 만들어버렸다. 요섭은 당당하게 귀를 후비며 준형을 웃는 낯짝으로 쳐다보았고 준형은 여전한 멍표정으로 요섭과 기광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기광 1절만 해라.
제재를 한 건 준형이 아니라 요섭이었다.

“배고프다. 떡순이 만나러 가자.”

준형이 기광머리를 흩뜨리던 손을 자연스레 그 어깨에 감았고 기광은 준형의 허리에 제 손을 감았다. 그러면서 요섭은 그네들과 한 발 뒤에 섰다. 존나 틱틱 대는 건 내가 하고 다정 한건 씨발 다 니가 쳐해라. 요섭이 제 검고 동그란 바가지머리를 매만졌다. 그러다가 작게 반짝거리는 귀의 연장을 매만졌다. 기광이 요섭의 생일에 사준 선물이었다.





지글링jiggling






준형과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았고 중학교를 잠깐 떨어져 다녔다. 요섭과는 중학교 때 만났고 같은 고등학교까지 진학했다. 중학교를 떨어져 다녔던 준형과 삼년만의 재회 후 기광은 열렬하고 절실하게 준형을 좋아했다. 요섭은 그런 기광이 별로 유난스럽지도 않았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상식적으로는 이해 못하고 안 한다지만, 그게 준형과 기광, 요섭에게는 별로 상관없어보였다.
지금은 셋이 다른 반이었지만, 노는 무리가 비슷비슷해서 한 다리만 건너도 서로를 알았다. 열한 명 정도. 치기에 유세를 떨며 몰려다니는 그룹의 시꺼먼 녀석들이 열 하나였는데, 게 중 단연 셋이 제일 친하긴 했다. 오늘은 학교 앞 사거리에 새로 생긴 고기 뷔페를 털러 열한명이 출동하는 날이었다. 아홉은 이미 들어가 있었고 남은 셋에게는 끊임없는 카톡 세례가 있었다. 요섭의 핸드폰이 제일 바빴다.
개새끼들이 뭔 연락을- 씨발 지랄이여.
요섭의 핸드폰은 하트와 설레발이 넘치는 카톡이 넘쳐나던 때도 있었다. 이래 뵈도 왕년에는. 요섭이 으쓱할 만한 얘기를 해도 준형이나 기광이 귓등으로라도 들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축개업.이 쓰인 가게 안에는 이미 복작복작한 사내놈들의 육성웃음과 욕지거리가 가득했다. 요섭은 신발을 벗고 단을 오르면서 무리에게 더 큰 소리로 제압했다. 내가 왔다. 이 새끼들아. 뒤따라오던 준형과 기광은 사이좋게 구석자리를 차지했고, 요섭은 단연 무리의 중심이었다.

물주역할을 하던 놈이 바뀌었다. 회비를 다 걷고도 남은 회비를 카드깡으로 메우던 건 언제나 준형의 몫이었는데, 그건 이미 딴 놈으로 넘어간 지 오래였다. 그 딴 놈에서 다른 딴 놈으로 그러다가 또 딴 놈. 이렇게 고만고만한 놈들이 나름 서열을 쟁취하고 돌려가며 자존심을 세웠다. 그래도 물주를 가장 오래 해왔던 건 준형이 맞았다. 집안이 어떻고 저떻고 그런 거, 아직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나이들이었다. 말만 들어도 거칠고 맹렬한 열여덟이었으니까.

요섭은 편의점에서 교복을 입고도 당당하게 담배를 쟁취했고, 그에 껴서 기광은 콘돔을 세 개나 샀다. 요섭이 식 웃었다.

“오빠네 집 오게?”
“준형이네 간다 씨발아.”

기광이 혀를 날름 내밀었다.

“넌 이제 담배 없다. 개새끼야.”
“왜 그래 오빠.”

고정하시고. 기광이 요섭을 향해 이까지 드러내고 오랜만에 시원하게 웃었다. 아, 뽀뽀 해주고 싶네. 요섭이 그러다가도 곧 편의점 밖에 멀뚱히 선 준형을 쳐다보았다. 무언의, 페어플레이 같은 거라고 요섭은 마음을 다지곤 했다.


준형은 멀찌감치 서 있고, 기광과 요섭은 골목 깊숙이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담배를 줄이겠다고 큰소리를 치고도 몇 번이나 그 약속 따위 개나 줘버린 기광에게 준형은 일절 화를 내는 일이 없었다. 요섭은 기광에게 항상 경고했다. 그러다가 정말로 준형이 널 아주 매정하고 가혹하게 버릴 거라고.
그래도 기광이나 요섭은, 식후 땡을 참지 못했다.



가라. 응? 제발 가라 병신아. 기광에게 못난 소리를 듣고야 결국 요섭은 준형과 기광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씨발 가는 길에 비슷한 걸 나보러 어쩌라고. 그러던 요섭도 그제야 갈라지는 길을 앞에 두고 둘에게 손도 안 흔들었다. 가을의 저녁 바람이 꽤 차가워서 요섭은 후드를 뒤집어썼다. 아무리 바가지머리라고 해도 머리 손질하는 시간은 밥 먹는 시간보다 오래 걸리기 마련인데 이제 그 머리 보일 사람도 없으니 상관없었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이어폰을 꽂았다. 곧장 MP3부터 틀고 카톡을 열었다. 이기광은 항상 준형과 함께 찍은 사진을 카톡에 걸어놓으면서도 풍선 말에는 양요섭 개새끼. 양요섭 똥. 같은 글귀를 적어놓았다. 요섭은 팩 웃었다. 지랄 같은 감정이 바닥을 쳤다가도 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춘다. 이런 게 ‘장애’가 아닐까 싶어서 요섭은 쓴 입에 다시 담배를 물었다. 라이터를 켜진 않았다. 짝수로 남겨둬야, 두고두고 기광에게 예쁨을 받으니까. 하긴, 모르겠지. 하나하나 남김없이 담뱃대 끝마다 요섭의 입술이 타액이 발려 있곤 한다는 것을.





“너랑 나랑 헤어질 때, 니가 날 찰 거라는 거야.”
“누가.”

누구긴 누구야. 양요섭이지.

벌거벗고 누워서도 창피한 줄을 모르는 기광을 한참이나 뚫어지게 보던 준형이 비식 웃었다. 양요섭이 그런 개소리를 해. 기광이 단정지어 고개를 끄덕였다. 준형은 기광에게 처음 고백을 들었을 때를 기억했다. 그 때, 기광은 상당히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준형은 그런 기광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했고, 기광은 제 양손으로 자신의 앞섶을 적나라하게 감아쥐었었다. 준형아, 나 너만 보면 오줌이 마려워. 그 얘기를 같이 들었던 요섭은 깔깔대고 웃으며, 준형에게 말했었다. 야 이기광 잘하면 니 얼굴에 오줌세례 하겠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새, 기광이 준형보다 먼저 파정했다.

준형의 집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규칙적으로 빈다. 지방에 있는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가 손수 음식을 싸들고 일주일에 한 번은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섭의 집은 한 달에 한 번 겨우 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장사를 하시는데 그 재료를 직접 구입하러 내려가는 일이 한 달에 딱 한 번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과 한 달에 한 번이 딱 맞아 떨어지는 날이 있다.
그게 바로 ‘오늘’이다.


“가려고?”
“어. 엄마한테 말 안하고 나왔잖아.”

나 죽었어.

스니커즈에 발을 구겨 넣던 기광이 현관에 벌렁 드러누웠다.

“사랑하는 용준형. 마누라는 갑니다.”
“데려다줄까.”

그러면 기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수없이 손뽀뽀 세례를 했다.



기광의 불편한 걸음이 빨라졌다. 역시, 준형과의 섹스는 템포가 빠른 편이다. 마음은 안 그런데, 정말로 몸을 부딪치는 게 정말로 레알 너무 아프기 때문에 기광이 빨리 파정하고 말기 때문이다. 준형과 섹스를 해 본 것도 이미 열 손가락을 넘긴지가 오랜데, 언제 해도 익숙할 기미가 없고 아픈 거 보면 남자랑 남자가 아무리 사랑해도 이정도가 한계이구나, 그런 걸 새삼 깊게 깨달았었던 적이 있었다. 기광은 남자와의 섹스는 원래 이렇게 아픈 거라고, 너무 좋아하니까 아픈 걸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랬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건 늦여름이 기승을 부리던 몇 달 전이었다. 정말로 사고였는데, 요섭과 기분에 취해 처음 섹스를 했던 날, 그날이다. 속궁합이 그래서 중요한 거였나 싶을 정도로 준형과 했던 섹스보다 더 길고 격렬했던 그 부대낌을 하면서 몸이 풀리기 직전이던 그 시작점을 제외하고 오히려 기광은 황홀경에 시달렸다. 그 처음을 잊을 수가 없어서, 시작한 그냥 섹스파트너 같은 거였다.

준형은 아파도 너무 사랑해서 하는 거고.
요섭은 그냥 안 아프니까, 하는 거고.

이상한 논리이긴 했지만, 기광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생각 같은 거 안 하기로 했다. 감정이라는 건 너무 복잡한 거니까.


집 앞이야 문 열어.

기광이 카톡을 하며 제 오른쪽 주머니에 콘돔을 세 보았다. 세 개 중에 하나는 이미 준형에게서 생을 마감했다. 그럼 나머지 두 개는 요섭의 것이다.

얼른 열어라. 나 그냥 간다. 하나.

둘. 하면 요섭 대신 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기광은 다시 입은 지 얼마 안 되는 상의를 다시 벗어재끼며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주머니의 콘돔을 다시 세어보았다.





_






“한 번 더 하자니까 기절하냐 너는.”
“피곤하다는데 위에서 치근대니까 그러지 병신아.”

준형과의 섹스에 콘돔은 항상 버겁고 요섭과의 섹스에 콘돔은 항상 모자르다. 근데 삽입 전까지는 준형과 마주하는 게 너무 좋고 삽입은 요섭이 절대적으로 잘 맞는다. 그래서 기광에게 본의 아니게 내연남처럼 전락한 요섭은 그래도 준형에게 덤덤하고 떳떳했다. 요섭은 준형에게 분명 미안해하는 게 맞는데 넌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 기광이 물으면 너나 잘하라고 요섭에게선 못된 말만 듣곤 했다.

“야, 씨발 내 신발 내놔.”

등굣길에, 기광이 무지 사고 싶었던 운동화를 자랑스럽게 신고 나오던 요섭에게 기광이 그 자리에서 무릎이라도 꿇을 것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요섭과 신발을 바꿔신고 하는 말이 딱 그거였다. 야, 크다. 제 발에 헐거운 운동화를 내려다보며 기광이 입맛을 다셨다. 키는 쪼그만 게, 의외의 것들이 꼭 저보다 크다. 절대 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그러니까, 평소 기광에게 말하는 게 아구창 날려버리고 싶을 정도이긴 해도, 어쨌든 소소하게 행동하는 것들의 마음이 느껴진단 말이다. 요섭은 등교가 끝날 때까지 신발이 작다며 툴툴대기는 해도, 신발을 다시 바꿔 신으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준형이 기광의 반 앞을 떡하니 지키고 있었다. 기광이 그런 준형에게 달려들었다.

“집에 잘 들어갔어?”
“당연하지. 애도 아니고.”

기광이 베실거리며 준형의 가슴팍에 코를 박았다.
요섭은 괜찮았다. 지금 기광은 요섭의 신발을 신고 준형과 함께 있다.

준형은 기광을 반에 들여보냈고 기광은 요섭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새 준형이 요섭의 앞에 섰다. 요섭보다 조금 키가 더 크다고 하기에도 확연히 큰 준형이 요섭의 머리카락에 코를 박았다. 요섭은 기겁을 했다. 뭐하냐, 씹새끼야.

“기광이. 어제 너희 집에 있었네.”

난 또, 샴푸를 바꿨나했지.

준형이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
“…….”

실은, 준형이 요섭과 기광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요섭도 준형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냥, 서로 함구했을 뿐이다. 모르는 건 바보를 자처한 기광뿐이다.
요섭이 준형을 올려보는 눈이 매서웠다.

“이기광한테 화 좀 내라. 병신아.”

너도 진짜 병신새끼다.
……
……

요섭이 정말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턱 내뱉었다. 준형은 그래도 슬쩍 웃었다. 웃었냐. 그래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 그러면 더욱 준형이 웃었다. 그냥, 아무것도. 준형의 낯빛이 고새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넌 기광이한테 좀 잘해.”
“아무리 잘해도 니새끼처럼은 못한다.”

만약에 내가 너였잖아? 그럼 난 양요섭 죽여 버렸어.

또 한 번 준형의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요섭은 그 웃음이 대체 뭘 의미하는지를 몰랐다. 그래서 무작정 화가 난다.

“이기광한테 못하면 나한테라도 화 내. 용준형.”

존나 짜증나게 굴지 말고.

준형의 집이 기울기 시작하고 정말로 밑바닥을 쳤을 때, 준형은 잠깐 요섭의 집에서 지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알았다. 기광이 요섭과 자고 있다는 걸. 요섭과 야밤에 라면을 끓여먹던 준형이 요섭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기광이 너와 있을 때 더 생기 있어 보인다고. 그게 참 보기 좋다고 했다. 요섭은 준형에게 기광의 사랑을 독차지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며 검지로 제 오른쪽 귓가를 뱅뱅 돌렸다. 그 때도 가만히 웃었던 준형이었다.

“기광이 말이야.”

나랑 둘이 있을 때도 항상 네 얘기만 해.

그리고 정말로 준형이 직격탄을 날렸다. 이기광과 나만의 추억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하긴 쌓을 추억거리랄 것도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 어렸고, 추억을 함께 쌓을 나이에는 이미 요섭이 함께였다.
요섭은 이를 악물었다.
갑자기 그 때를 맞추어 복도에도, 교실에도 수업시작 종이 울렸다. 지금 교실에 들어가면 지각으로 내몰릴지 모른다.

“이기광 나한테 보내지마.”

이기광은 널 좋아해.

요섭은 그걸 확실히 했다.

“이기광 아프게 하지 마.”

띠링거리며 가볍게 울려 퍼지던 종소리가 끝나고 준형은 요섭의 어깨에 제 손을 올렸다. 미안하다. 작은 소리였고, 요섭은 눈을 질끈 감았다. 준형이 제 눈앞에서 사라지고 난 뒤에도 요섭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_






요섭의 신발과 기광의 신발이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입 안에 담배를 놀렸다. 꼭 살만하다는 얼굴을 한 기광이 바알갛게 웃었다. 요섭은 그 얼굴에 침 뱉듯 묻고 싶었다. 넌 사는 게 쉽냐. 요섭이 정말로 불편한 듯 기광의 신발에 딱 맞게 들어가 터질 것 같은 제 발을 꼼지락거려보았다. 안간힘을 써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준형과 함께이지 않은 기광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믿고 싶으면, 기광을 그렇게 내버려두고 싶은 게 요섭이다.
준형이 기광에게 직면하게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요섭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기광, 오늘 우리 집 와라.”
“부모님 계시잖아.”

어.

헐. 설마 날 두고 집에 커밍아웃할 생각은 아니지? 기광이 시원하게 웃었다.

“나랑 약속 있다고 하고, 당분간 용준형 피해 다녀.”
“니가 뭔데 준형이랑 나 사이를 고나리질 하려고 그러냐.”

그래. 내가 뭔데 나도 내가 이러는지 모르겠다. 씨발. 요섭이 쓰게 웃었다. 요섭은 제 다리 사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짓이겨진 꽁초를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기광한테 진짜, 너, 그러면, 가만히 안 둔다. 용준형. 개새끼야.
무엇을 ‘그러면’.
함축되어진 것에 상관없이 요섭은 카톡을 끊어 보냈다. 하나 말풍선을 보낼 때마다 실시간으로 읽혀지듯 시간 옆에 1이라는 숫자가 없어졌지만, 준형에게서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요섭은 그 날, 준형을 만나러 가겠다는 기광과 그 자리에서 대판 입씨름을 했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 묶어두지도, 붙잡아두지도 못했다.




다섯 번째, 요섭은 준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광이 아니면 다른 상대와는 통화비도 아깝다 떵떵 큰소리를 치던 요섭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 베게에 얼굴을 처박고 내내 준형에게 전화질이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여자목소리만 수도 없이 나왔다.

그러다가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온 몸이 나른하고 생각이 없어진지, 그게 몇 시간을 지체했는지 몰랐다.

집 앞이니까 나와 개새끼야.
쳐들어가기 전에 얼른 나와라.
양요섭


줄줄이 울려대는 카톡에 그제야 눈을 뜬 요섭이 통화버튼을 찾았다. 연달아 뜨는 카톡 알람은 벨이 울리는 것처럼 요란했다. 스프링 튕겨지듯, 요섭이 침대를 일어나 현관으로 전력질주 했다. 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지 심장소리가 잘 안 들렸다. 피곤해서 인지 긴 이명이 귀에 들리는 듯 먹먹했다.

대문을 열고 집을 나오자마자, 기광에게 멱살을 붙들렸다. 요섭은 숨을 꾸욱 참아보았다.

“너 뭐하는 새끼야. 너 이정도 밖에 안 되는 놈이었어?”

기광이 많이 화가 나 있는지, 요섭의 멱살을 쥔 손이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생각만큼 아귀힘이 센 편이 아니었지만 기광이 요섭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대로 요섭은 흔들려주었다.

“잘못했다. 이기광.”

다 내 탓이다.

기광이 헛웃음을 내었다.

“준형이한테 너 뭐라고 그런 건데 병신아.”
“미안해.”

이게 진짜 미안하다면 다인 줄 알아.

기광이 꼭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요섭은 차마 그 얼굴을 못 보고, 모든 걸, 모든 상황을 뒤집어쓰기로 결정했다. 너의 용준형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한춤된 미안하다는 말은 오히려 기광의 오해만 살 뿐이었다. 요섭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참 싫었다. 기광이 힘들어하는 게.

“잘 들어.”
“…….”
“준형이랑 나랑 끝나면.”

너도 나랑 끝이야.

그런 기광을 요섭은 다독일 뿐이다. 고개를 나직이 끄덕이는 요섭의 머리카락이 길게 흔들렸다. 알겠다 이기광. 정말 미안하다. 잘못했다. 아프지 마라. 울지 마라.
한없이 긴 가을밤을 나란히 지새우고 있는 둘이 있었다.









fin. 20111004-20111007

형광섭이든 섭광형이든.
꼭 이 불완전한 삼각형을 쓰고 싶었음:)

 
형광 아니면 섭광일거야, 하고 들어왔더니 왠걸! 트리플... Ha... 오랜만에 형광섭을 읽게 되네요 ㅎㅎ 누나 저 완전 기대하고 있어요. 마침 홀로 지평연을 복습하고 있었는데... 진짜 뭔가 역시 돌아올 줄 알았어, 하고 무릎치는 기분이예요 ㅎㅎ 으아... 몇마디만으로 깔끔하게 글에 대한 리뷰만 써보려 했는데 이번은 실패네요..ㅠ 너무 반가워서 그랬나봐요♥♥ 아...저는 필터링한다고 하고 쓴 리뷰인데도 두서가 없네요 흑흑 아 그리고 글말이에요 진심 전개 궁금해서 숨질것 가타용 ㅠㅠㅎㅎ 느리더라도 전 기다릴 수 있어요! 느린게 뭐 대수인가요! 그저 누나가 글을 다시 써주신단게 감사한데 ㅎㅎ
 
이거 너무 오랜만에 보는 여신누나의 글 ㅠㅜ 일단 감격합니다. 게다가 형광섭광형인가요~ 진짜 이렇게 은혜롭다니! 게다가 역시 누나 문체는 너무 좋아요 ㅠㅜ 나이 먹는다고 변하는 건 아니지만, 어릴 때는 더욱 관계에 헛갈릴 수 있는게 잘 보이네요. 흔들흔들 위태한 삼각형이라니 ㅠㅜ 너무 좋아요.. 뒷 얘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겠지만... 기대해도 될까요 ?
 
아 정말 감탄 또 감탄합니다. 갠적으로 형광러지만 트리플도 좋아지려 하네요 ㅠㅠㅠㅠ 근데 이 슬픔은 머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나... 이 트리플 좋아하다 못해 사랑합니다..ㅠㅠ 불완전하고 아련아련한 이 느낌..ㅜㅅㅜ 전에도 한번 봤지만 또 생각나서 와봤어요. 역시 누나 최고..
name pass
list  
Copyright 1999-2018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