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xo, text
 
 

 

I`m sorry:)

 


 |  ♥ (4)  HYUNGKWANG (30)  DUKWANG (1)  SEOBKWANG (1)  TRIPLE (1) 
 login



이젠 너무 흔해빠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음악이라는 녀석 때문에 가출 같은 출가한 현재, 나는 삼촌 집에 기어들어가 얹혀살고 있었다. 얹혀살기 시작한지 벌써 2년, 그새 삼촌은 요즘 양산되고 있는 아이돌들의 히트곡을 제조하는 능력자가 되어 있었다. 삼촌에게 작곡을 어깨너머로 배우는 나라고 하지만, 요즘 아이돌들 너무 고만고만한 후크송 따위 내 비위에는 거슬릴 뿐인데도, 삼촌은 아이돌의 유명세를 타고 점점 TV전파를 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정도가 되고 나서야 삼촌은 겨우 우리 집안 형제들과 뜸한 연락을 했다. 게 중에 삼촌이 형수라고 부르는 우리 엄마와 형이라 부르는 우리 아빠의 전화가 제일 많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의 까슬까슬한 슬하가 아니라, 삼촌의 독재적인 슬하에 살고 있으니까.

오늘은 홍대클럽에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정말로 공연을 하고 싶었던 그 클럽은 미성년자의 출입이 가능하지 않아 한주에 한 번 공연하는 대신에 삼촌을 대동할 것을 조건으로 해서 겨우 따 낸 거였다. 나는 작업 중인 삼촌 앞에 다리에 쥐가 나도록 꿇어앉아 클럽에 같이 가줄 것을 사정했다. 조금도 흔들림 없이 질색하던 삼촌은 어제 새벽에 갑자기 내 방에 쳐들어와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박 조건을 내세웠었다.
나는 삼촌의 말에 일말의 고민을 할 틈이 없었다. 무조건 콜!

잠을 설치고 학교에 지각해서 운동장을 열 바퀴나 뛰고 6교시 끝나자마자 집으로 줄행랑을 했을 때, 삼촌은 이때껏 보지 못했던 멋드러진 세미양복을 입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뭘 입어도 간지에 살짝 든 날티가 정말로 매력적이었을 때가 있었다. 삼촌은. 내가 아버지 집안사람들 중에 삼촌을 제일 많이 닮았다고 곧잘 말했었다. 치매가 있으신 할머니는 잠깐씩 정신이 없을 때마다 나에게 삼촌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 할머니의 치매는 집 안에서 삼촌을 제명하자 할 만큼의 심각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삼촌은 정말 음악을 만드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술도 일절 안 했고 가끔 담배를 하긴 하지만 고등학생인 나보다도 덜 피우는 정도로 청렴한 인간이었다. 나는 누가 삼촌을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는지, 알고 있다. 아니, 우리 집안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공연장에는 사람이 복잡했다. 삼촌은 질색을 하면서도 곧 잘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고 그랬다. 유명세와는 전혀 안 어울리게 소박한 삼촌 때문에 나는 조금 우쭐했다. 삼촌이 만드는 아이돌 음악 따위에는 관심 없었지만 역시 삼촌이 유명한 건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그렇지만 내가 클럽에서 자작곡을 두 개나 선보이고 삼촌이 만든 아이돌 음악 중에 하나를 샘플링하고 편곡한 노래 하나를 부르고 내려올 때까지 맥주 한 병을 다 마시지 않았다. 나는 멍하고 구부정한 태도로 공연 후 즉시 클럽에서 쫓겨 나왔다. 나는 결코 어른들의 문화에 불편하지 않은 사람인데도 겨우 열여덟은 나는 그냥 숫자적으로 초라할 뿐이다.

“샘플링은 언제 했냐.”
“내가 한다고 말했었잖아.”
“돈 내. 용준형.”
“치사해, 삼촌”

아오, 진짜.

삼촌은 내가 음악을 하겠다고 무작정 삼촌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우리 부모님보다 더 심하게 반대를 했었다. 작은 방을 내어줄 때까지도 절대적으로 완강했던 사람이었다.

“좋더라.”
“뭐가.”

새 노래 작업한 거. 노트북으로 들었어. 켜놓고 갔더라.

삼촌은 택시 안에서 조금 비죽 웃었고 나는 놓치지 않고 따라 웃었다. 저럴 때 조금, 나와 비슷한 패턴의 행동, 표정을 한다고 나도 생각했었다. 차 한 대 살 정도는 너끈히 되는 삼촌이었지만, 돈 쓰는 걸 잘 못하고 심지어 놀지도 못하는 삼촌은 음악을 만들 때 말곤 항상 무기력했다. 운전면허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삼촌은 치매가 있으신 우리 할머니를 우리 아빠와 상의해서 산 좋고 물 좋은 요양원에 모셨고 꼬박꼬박 돈 부담을 했다. 그리고 나를 부양하는 몫을 책임지겠다는 부모님을 만류하고 삼촌은 날 재워주고 곧 잘 먹여주고 했다. 나는 이런 삼촌이 왜 우리 집안에서 영영 타인 같아지는 미련한 짓을 했는지, 잘 몰랐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기 전에 택시를 내리고 편의점에서 삼촌 빽으로 산 담배와 아이스크림을 양손에 들고 기분 좋게 집으로 들어서던 차였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던 삼촌의 ‘대박조건’이 눈앞에 서 있었다. 이렇게 당장일 줄이야. 망연자실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어서 나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잊지 않았지? 하고 묻는 삼촌에게 무의식중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 뻔 했다.

“안녕하세요.”

나보다 키가 한 뼘이나 작아 보이는 녀석은 삼촌과 나에게 꾸벅, 서툴게 인사를 했다. 누구랬더라.

“이기광이라고. 내가 말했던 그-”

아아.

그제야 나는 알 것만 같은 탄성을 냈다. 이번에 작업 중인 신인아이돌그룹에 있을 놈 하나가 부모님 반대 때문에 결국 가출을 했는데 한 달 동안 어중이 떠중이 거지생활을 하다가 여기까지 굴러들어왔다는 시답잖은 이야기. 의 주인공이었다. 오 마이 갓. 이 집에서 몇 평 안 되는 내 방 지분의 일부를 내줘야 하는 녀석이란 말이다.

“안녕하세요. 용준형입니다.”

개짜증의 시작이다.





꼭두새벽부터 조심성 없는 발재간으로 꿍꿍대며 발발대던 녀석은 결국 지 이불에 발이 채어 꽝소리를 내며 꼬꾸라졌다. 나는 그제야 허공에 하이킥하듯 박차고 상체를 일으켰고 녀석은 웃었다. 아니, 나 학교를 가야해서요. 나도 그냥 웃었다. 학교는 나도 다니는데, 이 새끼야.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녀석이 이 집에 온 게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삼촌과 나는 처음 함께 식탁에 앉았다. 둘을 나란히 앉혀놓고 된장찌개를 선보인 녀석이 무색하게, 정말로 너무 맛있어서 삼촌과 나는 먹어본 적 없는 아침밥은 거나한 트림소리가 나도록 배불리 먹었다. 워낙 늑장에 꾀부리는 타입이라서 느그적느그적 씻고나와 벽에 걸린 교복바지를 먼저 빼 입는데 어라, 하루 사이에 거인처럼 자라난 건지, 바지가 너무 끼어서 입을 수가 없었다. 아오, 이게 왜 이래. 하고 버등거리다가 이후에 씻고 나온 녀석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저기, 그 바지. 내꺼 같은데.

알고 보니 같은 학년, 같은 학교였다.
녀석은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뛰었고 나는 유유히 자전거를 탔다.

“야, 탈래?”
“됐어.”
“너 뛰어도 지각이야.”
“어. 됐어.”

그래? 나도 됐다 병신아. 나도 한 때는 이 시간에 나와서 존나 뛰어도 보고 굴러도 보고 별 짓을 다 해봤는데, 저 상병신은 오늘 분명 지각이다.

1교시가 시작하는 종이 울리면서 잠깐 운동장 쪽을 쳐다봤는데, 정말로 열심히 벌 달리기를 하고 있는 녀석의 뒤통수를 보았다. 겁나 쌤통이군.



삼촌은 내가 작업할 때마다 꼭 환기를 하라며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는 했다. 그러면 복도에까지 담배냄새가 진동할 정도였다. 나도 알고는 있는데, 작업할 때는 담배가 없으면 될 일도 안 된다. 쯥. 하고 입술을 축이며 담배 하나를 꺼내드는 데 복도에 발자국 소리가 턱턱턱, 성의 없게 들렸다. 아, 저 발소리. 안 봐도 비디오다. 쿨럭쿨럭. 현관문을 열면서 급작스럽게 시작한 헛기침은 분명, 복도에 자자한 담배냄새 때문 일거다.
자율학습이 끝나는 게 대강 10시 정도, 라면 꼭 그맘때쯤 녀석이 들어왔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훌렁훌렁 벗은 교복을 벽 옷걸이에 걸어놓는다. 오, 몸은 좀 새끈하네. 까만 빤스 하나에 흰나시 한 장 가볍게 입은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휙, 휘파람을 불자, 녀석은 그저 한 번 날 돌아봤을 뿐이다.

“뭐해.”

트레이닝 바지를 대강 걸치고 노트북쪽으로 걸어오는 데, 조금 절룩거렸다. 아마 운동장을 뛰고 나서 다리에 단단히 알이 배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기름 다 떨어진 라이터를 계속 퉁겼다. 담배가 있을 땐 라이터가 문제고 라이터가 있을 땐 담배가 없어 문제다.

“작업.”
“무슨 작업.”
“노래.”
“무슨 노래.”

녀석이 내 노트북에 고개를 확 들이밀었다. 아, 씨발 놈이 깜짝 놀랐네.

“모가지 치우지.”
“나도 들려줘.”
“돈 내.”

삼촌이 항상 그랬다. 내가 꼭 삼촌의 노래를 듣고 싶어 안달할 때 꼭 그 억양으로 나에게 말했었다. 돈 내. 나는 그냥 키들키들 웃었고 녀석은 겸연쩍은 얼굴을 했다.





녀석이 딜을 했다. 내가 내 음악을 꼬박꼬박 잘 들려주면, 녀석은 매일 아침에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기로 한 거였다. 나는 새벽부터 쿵쿵거리며 돌아다니는 녀석이 무지 싫었지만 아침 후라이를 먹으며 녀석에게 극찬을 했다. 존나 맛있군.

“넌 엄마한테 완전 사랑받겠다.”

요리 잘 하니까 엄마 밥순이 안 만들고. 난 엄마랑 살 때 맨날 밥순이 만든다고 등짝 쳐 맞았는데…

가만히 내 말을 듣던 녀석은 잠깐 웃었다.

“나 엄마 없어.”

그래서 할 줄 아는 거야.

나는 물먹다가 사래 들려서 계속 웩웩대었다. 난 진짜 고의가 아니었다.


이기광은 지각을 해서 운동장을 열 바퀴나 뛰었던 그 날을 제외하고 항상 내 자전거 뒤에 타고 등하교를 했다. 자기가 무겁지 않냐며 나를 뒤에 태워 줄 테니 번갈아 가며 자전거를 태워주자고 제안했으나 뒤에 타는 건 존나 모양 빠져서 됐다고 했다. 그리고 매번 밤마다 녀석과 음악 얘기 같은 걸 했다. 녀석은 곡 작업에는 전혀 문외한 바보병신이었지만 내 허세 쩌는 얘기를 곧 잘 들어주고는 했다. 그리고 내가 들려주는 음악마다 으우와, 으와. 같은 일관 돋는 감탄사를 내뱉어서 처음에는 날 우쭐하게 했다가 나중에는 이게 진짜 좋아서 그러는 건지 얘는 뭔지 날 정말로 헷갈리게 했다.
그 와중에 내가 삼촌의 음악을 조금씩 훔쳐오면 녀석도 완벽한 공범이 되어 꿍짝놀이를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 아이돌을 하겠다는 녀석 앞에서 아이돌들의 요즘 음악 추세 같은 것에 날조한 비판을 침까지 튀기며 할 때에도 녀석은 그저 공감해줄 정도로 큰 아량이 있었다. 이런 지경에도 주마다 한 번은 쌔끈하게 차려입은 삼촌과 이기광을 깍두기로 두고 클럽에 공연을 간간히 가고 짭짤한 용돈을 채우고 그랬다. 이기광은 클럽에서 돌아오는 택시에 나란히 앉을 때마다 나에게 제안을 하곤 했다.

“나 가수되면, 나 네 노래 feat 시켜주라.”
“가수 되도 급이 안 맞으면 싫거든.”
“나 얼마나 유명해지면 시켜줄 건데.”

음. 아이돌이라니. 그런 기준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한참 심사숙고 했다.

“방송 삼사에 트리플크라운 찍고 와.”

내가 어깨를 으쓱해보이자, 우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앞좌석의 삼촌은 그저 껄껄 웃으며 내게 말했다. 용준형 병신.
그리고 매번 벽돌처럼 잘 울리지 않던 이기광의 핸드폰이 그 때 울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우리 앞에서 너무 해맑은 목소리로 그 전화를 받아내었다.

“지환이 형이다! 형, 오랜만이에요.”

로 시작되는 통화에 축 내려앉은 기분의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창밖을 볼 뿐이었다.
나는 그 날 집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마지막에 들어오려는 이기광에게 편의점에 가서 뭐라도 사오라며 내쫒듯 보내버리고 삼촌 방에 무작정 들어갔다. 내내, 정말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가족이나 삼촌의 팔 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겨우 열 명도 되지 않을 텐데 어서 굴러먹다 온 이기광이라는 놈을 삼촌의 집에 들였는지에 관한. 아주, 중요하고 그러지 말아야할 금기 같은 그런 거.

“삼촌 뭐야.”
“뭐가.”
“지환이 형이지?”

……
……

삼촌은 낮게 한숨을 쉴 뿐이었다.

“왜. 지환이형이 맡겼나보지, 쟤.”
“너도 우리 형이 맡긴 거니까. 그냥 마찬가지 인거야.”
“그게 어떻게 같아!”

우리 아빠는 삼촌이랑 형제니까 그렇다 쳐도. 어? 그 사람은. 지환이 형은. 그러니까. 악! 씨발. 당장 내보내! 내보내라고! 삼촌 지금까지. 아니, 우리한테 어떻게 이래. 안 그러겠다면서. 안 만난다고 약속했잖아.

나는 삼촌에게 지랄 발광을 하는 와중에도 삼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긴, 집 안을 초토화시키고 할머니에게 갑작스런 치매가 찾아오고 할아버지가 뒷목잡고 쓰러져 한동안 못 일어나셨을 때가 있었다. 내 치기어린 반응은 껌보다도 못할지 모르지. 이상하리만치 삼촌은 이성적이었다.

“안 만났어. 그냥 부탁만 받았을 뿐이야.”

통화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문자 정도였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대단한 부탁을 문자로 한 지환형도 웃기는데, 그딴 문자 한 통 받고 쌩판 모르는 놈 제 집에 들인 삼촌이 더 한심스러웠다. 나는, 실은 알고 있었다. 삼촌이 아직도 형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걸. 모르는 척 하고 있었을 뿐이다. 드러내지 않으니까, 굳이 까발릴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직구가 우리 아닌 제 삼자에게서 돌아왔다. 타이밍이라는 게 기분이라는 것이 정말로 거지같았다.

삼촌의 방을 나왔을 때, 녀석은 현관에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아이스크림이 든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너, 뭐냐.”
“…….”
“정지환이랑은 어떻게 아는데.”

이상하게, 삼촌처럼 녀석도 전혀 이성적인 모습을 하고 서 있었다. 이 상황에 격해지는 건 왜 나뿐인 건지, 나도 모르겠다.

“너도 뭐. 우리 삼촌처럼. 정지환이랑 뭐, 그런 사이야?”

우리 삼촌은 예전이고, 너 같은 새끼는 지금이거나 최근인건가.

말이 막 나오는데, 멈추지가 않는다.

“용준형!”

삼촌은 날 돌려세웠다. 삼촌은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이렇게 격양된 목소리로 큰 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그냥 다 필요 없다. 나는 집을 박차고 나왔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지환형을 삼촌처럼 따르던 때가 있었다. 삼촌대신 맛있는 것을 사주고 삼촌보다도 더 삼촌처럼 친절한 형이 정말로 내 삼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집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쓴 삼촌의 음악에 대한 열정 같은 건 언제나 내 열망과도 비슷하게 맞닿아 있었다. 지환형은 항상 우리 삼촌의 서포터였다. 나도 그런 사람이 주위에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그랬다.
삼촌이 지환형과 함께 우리 집에 커밍아웃을 하기 전까지는.




담배를 사지 못했다. 카드는 있지만 잔돈이 없기도 했고, 라이터도 사야하고, 그냥 여러모로 모든 게 다 귀찮았다. 병신 같다.
부모님이 음악을 반대한 이유는 간단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꼭 한 부분 정도가 정상적 범주에서 벗어나곤 하는데, 내가 꼭 삼촌의 모든 것이 똑같이 닮을까봐, 그것이 문제라고 했다. 실지도로 나는 삼촌과 모든 부분에 가장 닮아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삼촌처럼 게이가 되겠다는 게 아니었다. 그냥 음악을 하고 싶은 거였다. 나는.

집에 어서 들어와라.

삼촌에게서 돌아온 건 덜렁 이 문자 하나였다. 오해다. 같은 변명거리가 하나 없는 삼촌의 문자에 나는 그저 혀를 작게 찾을 뿐이다.
정말로, 그럼, 담배하나만 꼭 피고 들어가자 생각했다. 편의점에 들러서 담배를 하나 사고 라이터도 살참이었다. 그런데 편의점 앞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쪼그만 인영때문에 순간 걸음을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이럴 때는 그냥 어떻든 개 무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저 새끼 얼굴만 봐도 울화가 치민다.

“나 지환이 형네 얹혀 산 적도 있어.”

편의점 문을 여는 동시에 녀석이 벌떡 일어나 그렇게 말했다. 그게 뭐. 난 상관없다.

“지환이 형은 죽으려고 한 적도 있어.”

그리고 나는 편의점 문을 힘차게 열고도 그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환이 형한테 난 겁탈 당할 뻔 한 적도 있어.”

……
…너희 삼촌이랑 헤어지고, 진짜 지환이 형, 사람 아닌 것 같았거든.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막장이 있을 수가 없다. 막장막장 고추장, 쌈장, 된장, 아, 거지같네.

“너, 나한테 그런 가사도 보여주지 않았어?”
“…….”
“각자, 사람들마다, 사정이라는 거 있는 거잖아.”

녀석은 신경질 적으로 제 편의점봉투를 뒤졌다. 그리고 콜라하나를 있는 힘껏 던졌다. 나는 아슬아슬 그걸 받아내고도 배때기가 겁나 아팠다. 조그만 게 힘만 세가지고는.

“콜라 좋아 한다며.”

마시고 속 차려, 개새끼야.
……
그리고 너희 삼촌한테 잘못했다고 빌어.

마시지 않아도 갑자기 속은 차렸다.

“야, 이기광.”
“왜.”
“내가 너 그거 가사 보여줄 때 그런 사정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
…아씨, 꺼져, 용준형.

그 가사, 분명 19금 ‘사정’ 맞다.





두 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했지만, 아예 자지 못한 이기광은 그 날 아침도 정말 거나하게 맛있는 국으로 삼촌과 나를 대접했다. 나는 그 국을 들이키며 이기광, 나한테 시집올래? 농을 던졌다가 삼촌의 숟가락으로 얻어터질 뻔 했다. 그리고 잘 먹었습니다. 로 식탁을 일어나는 대신, 삼촌 내가 잘못했어. 로 그 비슷한 흘러가는 억양으로 말했다. 삼촌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등교하는 길에 이기광은 어느 때보다도 드세게 내 허리를 잡았다. 나 다음 주에 집에 들어간다. 녀석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허락받았냐? 겁나 축하. 그렇게 말하는 데 녀석은 쉽게 웃지 않았다. 아, 내가 또 너무 앞서가 넘겨짚어 얘기한 건가, 또 식겁했는데, 녀석은 그냥 코만 긁적였다.

“집에 가서 아버지한테 두들겨 맞는 건 아니지?”
“그럴지도.”
“그럼 우리 집으로 도망 와.”
“내가 왜.”

맛있는 찌개 먹으려고.

그러고 보니, 첫 날 먹었던 그 찌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 가수 못하면 식당이라도 차리라고 했다. 죽을 때까지 단골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자전거 주차를 하려면 학교 본관과 조금 떨어져 있는 곳까지 가야해서 본관 앞에 일단 녀석을 내려주고, 그 엉덩이를 팡팡 두드렸다. 어고, 하고 녀석이 제 엉덩이를 제 손으로 문대었다.

“존나 아파.”
“그러라고.”

낄낄대며 배꼽까지 잡고 웃는데, 녀석이 뭔가 생각났는지 제 손바닥을 쳤다.

“어제 말 안한 거 있어.”
“어제?”

생각하기 싫은 날인데?

쯥. 입맛을 다시고 나니 녀석이 별 대수롭지 않은 말투를 했다.

“나 실은, 지환형 좋아했어.”
“…뭐야. 어쩌라고.”

좋아한다는 의미가 대체 뭘까. 하다가 뭐, 그 대수롭지 않은 만큼이지 않을까 해서 혀를 찼다. 말이면 단 줄 아나. 나도 우리 삼촌 겁나 좋아한다. 이 새끼야.

“근데.”
“빨리 쳐 들어가. 수업 시작해. 이기광.”

손목시계를 한 번 보고 녀석을 한 번 보는데, 입술로 묵직한 게 닿았다 떨어진다.

“이제 너한테 넘어갈까봐.”

녀석의 손에 눌린 뒷목이 뻐근했다. 어머나. 하나님. 부처님. 이 새끼 뭐죠. 나한테 뭐라고 지껄이는 건가요. 나한테 방금한 짓은 대체 뭔가요. 시발, 나 지금 당한 거거든? 이 쪼끄만 놈한테. 이런 막장 반전이 없네. 젠장할.

“죽고 싶냐, 이기광.”
“미리 한 대 칠래?”
“미리 한 대 치는 거 아니지. 너 방금 나한테 뭐 했는데.”
“뽀뽀했는데.”

뽀… 뽀뽀라고 했겠다? 내가 지금 남자한테 당한 거랬다?

“너 오늘 집에 못가고 황천길 갈 줄 알아라.”
“각오할게.”

끝까지 실수라고는 말 안하네. 이 새끼 못하는 말이 없다? 어안이 벙벙하고 콧김이 막 나는 게 나 지금 슬슬 스팀이 일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녀석은 조례마치는 종소리에 후다닥 본관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런 니미, 씨발. 거기 안 서? 너무 흥분했는지 말은 안 나오고 한참을 거기서 씩씩대고 있다가 학주한테 걸려서 등짝으로 제대로 맞았다.

나는 비슬비슬 자전거를 주차해놓고 교실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데, 왠지 양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대로 꼬꾸라지듯 계단에 널브러졌다. 당장 핸드폰을 꺼내서 삼촌한테 전화를 걸었다. 작업 중에 전화를 잘 받지 않는 삼촌 때문에 다섯 번째 통화버튼을 누르자 그제야 뭐, 이 새끼야. 하고 내가 잘 쓰는 그 욕지거리가 똑같이 돌아온다.

“삼촌!”
- 시끄러워.
“아니아니. 삼촌 내 말 좀 들어봐.”

있잖아. 이기광이. 아오, 그 새끼가. 나한테 오늘. 아씨, 삼촌 나 어떡해? 어떻게 하냐고! 아 몰라! 돌아버리겠어. 나한테 왜 이래. 정말로.

엿 같은 막장이다.








fin. 20111130

내가 볼 때 용준형은,
이기광이 싫지 않아서 문제

 
준형이가 기광이가 싫을리가 없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싫지 않아서 문제라니 ㅋㅋㅋ그게 바로 정답이군요 ㅎㅎㅎㅎㅎㅎㅎ 둘다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준형은 이기광이 싫지 않아서 문제 ... 정말 공감이에요 싫긴 커녕 좋아서 붕괴되는 안면근육을 애써 숨기는게 다 보여...
 
전 오히려 용준형이 이기광 괴롭히는게 왜이렇게 좋은지, 용준형의 괴롭힘은 ‥ 음. 19금? 25금?
 
스크롤 내리면서 점점 웃광ㅋㅋㅋ둘 다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에 준형이 너무 귀여워요~그렇지 싫지 않아서가 문제죠 ㅋㅋ
 
ㅠㅠ너무 좋은 형광이다 ㅠㅠ 누나가 써주는 형광은 너무 좋아서 문제
 
왜 돌아버리겠니 준형아. 기광이가 싫지 않아서 돌아버리겠지ㅠ.ㅠ 아 진짜 당돌한 기광이 너무 사랑스럽고 허세돋는 준형인 너무 귀엽고ㅠㅠ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글이네요ㅠ.ㅠ
 
아 진짜 ㅋㅋㅋ 싫지 않아서 문제 란 말이 딱, 진짜 준형이가 너무 준형이 스러워서 좋네요!
name pass
list  
Copyright 1999-2018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