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xo, text
 
 

 

I`m sorry:)

 


 |  ♥ (4)  HYUNGKWANG (30)  DUKWANG (1)  SEOBKWANG (1)  TRIPLE (1) 
 login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는 대단히 기세등등해졌다. 그러니까, 꼭 대단한 착각에 빠진 양 어깨를 바짝 세우고 이기광이 완연한 내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곤 했다.

그러면서 난 달리기를 하는 꿈도 더 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 아마 이번에 그런 꿈을 꾸게 되다면 분명히 우수한 성적으로 선을 통과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단 한 번을 다시 꾸지 못했다.

물론,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이기광은 전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적당히 받아주고 적당히는 선을 그어대면서 확실하게 나와 제 자신을 나누려고 했다. 놀라웠던 건, 이제 조금씩 슬슬 그런 이기광의 모습이 내 눈에 읽히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매번 유한 듯 고만고만한 감정곡선을 그리다가 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매번 칼같이 자르는 데는 날 선 살쾡이보다도 더 했다.
나는 그 와중에도, 절대 실낱같은 희망 한 줄기를 놓을 수가 없었다.

싫은 건 아니라고 했으니까.
내가 싫지 않다고 했으니까.

……
하긴, 이것만으로는 충분치가 않다.



느지막이 해가 뜰 즈음에야 출출해서 일어났고 이기광은 내 핸드폰으로 신나게 뿅뿅대는 시끄런 소리를 여과 없이 내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며칠 전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꽤 부러운 눈치를 하던 이기광은 꼭 내 핸드폰이 제 핸드폰인 냥 굴기도 했다. 상관없었다. 다 예쁘니까.

“일어났어?”
“어.”

게임에 온통 집중 하면서도 옆에서 불편하게 부스럭대는 걸 용케 들은 녀석이 날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 옆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귓불을 조잡하게 만져대니, 그제야 좀 귀찮은 듯이 제 고개를 간간히 흔든다. 하지마. 하고 말하는 녀석의 손이 다급해지는 걸 보니, 분명 게임의 막바지이다.

“야.”
“…….”
“이기광.”
“아씨, 죽는다. 어어 나 죽는다.”

게임이 드디어 ‘끝’이라는 화면을 뱉어내고 나자, 이기광의 시선이 나에게 돌아온다.

“침대 하나 다시 살래?”

불편하다, 같이 자기가.

진심으로 툴툴대는 중이었는데, 곧 짜증스런 이기광의 얼굴이 돌아왔다.

“매일 같이 자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너 엄마한테 문자왔어. 기광이네서 불편하게 하지 말고 잠은 집에 와서 자래.
……
불편하게 하지 말고.

‘불편하게 하지 말고’를 똑바른 발음으로 한 번 더 내뱉는 녀석의 눈 꼬리가 바짝 날이 서 있었다. 혀뚱땡이 주제에.
난 그 얼굴을 적당히 뭉개버렸더니 녀석이 그만 눈을 감아버린다. 어제 하도 엄마가 전화를 해대서 다 씹고 들렁 ‘기광이네서 자요. 전화 그만 좀 해’ 했더니 돌아온 게 그건가 보다. 어쨌든 다 큰 스물인데, 어디서 자든 무사하기만 하면 상관없잖아. 집에서 안 잔다고, 밖에서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라면 먹을래?”
“딴 소리 하지 말고, 준형아.”
“라면 먹자. 김치 있지?”

적당히, 이기광에게 모른 척 져주고 말 돌리는 법이 나한테 용하고 값진 보약 같기도 하다. 이기광 때문에 많이 늘었다. 아니, 갑자기 생겼다. 놀랍다. 내가 진짜 많이 변해가고 있다.



휘적휘적 방을 걸어 나와 이기광 때문에 침대에서 잔뜩 구겨 잔 몸을 늘어지게 펴 보았다. 요즘 조금씩 아픈 무릎을 허리를 굽혀 만져보았다. 문질문질, 무릎을 만져보고 헛웃음을 냈다.
…계속 키가 크려나.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난 반의 중간도 안 되었던 키였다. 그 때 고등학생이 되는 겨울 방학을 지내면서 무진장 심하게 무릎이 아파 잘 걷지를 못했다. 집에서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며 아버지에게 업혀 병원에 갔을 때, 그저 ‘성장통’이라며 무마 된 고통이 이따금, 지금에 와서야 간간히 시작되었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을 찾아 부엌 선반을 이리저리 열다 닫기를 반복하다가, 꽤 구석의 선반을 열었을 때 다 텅 빈 장 안에 허연 약 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리 집에도 저런 약병이 한 둘이 아니다. 엄마가 비타민제라고 사 둔 것들이 식탁에 죄 다 늘어져있기 때문이다.
나는 비타민제로 보이는 약 병을 한 번 열어보자 특유의 약 냄새가 훅 끼치는데, 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병 안은 이미 반 정도가 비어 있었다. 비타민제는 꼬박꼬박 먹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듯 말하던 엄마의 말이 떠올라 일부러 싱크대 옆쪽에 덩그러니 세워두었다. 꼭 꼬박꼬박 챙겨먹으라는 말을 할 참이었다.
프스스스스. 하고 가스레인지에 올린 냄비의 물이 끓기를 참지 못하고 거품이 넘쳤다.




“초라한 이기광아.”
“…….”
“나와서 밥먹지.”

장난하지마. 멍청아.

‘초라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기광이 선택한 단어는 그 자체로도 젠장 맞게 귀엽다. 초라한 이기광. 생각할수록 그냥 너무 웃기고 간지럽고 귀엽다.

거실 1인용 탁자에 놓인 냄비 한 편에 놓인 랩에 싸인 김치가 놓여있고 냄비뚜껑은 당연히 이기광에게 돌아갔다. 이기광은 냄비 안에 젓가락을 넣어 휘적댔다.

“물이 왜 이렇게 많아.”
“라면 물 맞추기가 어렵더라고.”

멍청이.

멍청한 것마저 괜찮잖아. 병신이 되어도 좋다. 집에서는 라면조차도도 내가 안 끓여 먹을 정도로 거드름 쟁이었는데 뭐. 까짓 거 이기광한테 배우면 된다.

“아, 너.”

저거 말이야. 비타민제. 저런 건 눈에 잘 보이는 데 내놓고 잘 찾아먹어야지.

문득 싱크대 쪽 약 병을 유심히 쳐다보던 기광이 그제야 그 약병이 무엇인지 알고 아, 하는 탄성을 냈다. 비타민제. 하고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던 이기광에게 저런 것도 두준이가 챙겨 주냐? 했다가, 별 말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튼, 윤두준은 새삼, 더럽게도 대단한 놈이다.
윤두준 보다야 내 쪽이 확실히, 밀리는 건 정말 사실이다.
비교가 될 만도 하겠다.




문득 마른 화장실 바닥에 맨발로 서서 이를 닦는 이기광을 따라 들어가, 한 발짝 뒤에 서서 같이 이를 닦았다. 세면대 거울로 나란한 녀석과 내가 눈싸움을 하듯 매섭게 눈을 맞추었다. 누가 시시시작, 한 것도 아닌데 맹렬한 게임 스파크가 일어나고 나는 주머니 속에 넣었던 왼 팔을 들어 이기광의 목을 뱀처럼 감아버렸다.
투우- 하고 잔뜩 물었던 거품을 새면대에 내뱉은 이기광이 불편한 듯 내 팔을 끌러내려는 걸 단단히 버텼더니 꼭 헤드락을 건 것처럼 우스꽝스런 폼이 나왔다.

“하지마아.”

아이씨, 용준형.

낄낄 웃는데 아직 풀어내지 못한 녀석이 그 상태 고대로 날 직접 올려다본다. 거울을 통하지 않은 녀석의 얼굴이 이렇게 고스란히, 가까이, 나에게 와 닿는다.

“너, 키 컸어?”
“모르겠는데?”

니가 더 작아진 거 아니고?

더 끌끌댔더니 곧 부르퉁한 얼굴이 돌아온다.

“나눠줘. 키. 나눠줘.”

준형아.

나는 이기광보다 더 절실하게 나눠주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러니까, 내 마음을 좀 나눠주고 싶다. 내 마음이 이기광한테 좀 나눠져 가면, 녀석이 이제 그만 나를 좀 좋아하게 되려나.





_






영화 취향이 정말 맞아서 인지, 취미가 비슷해서 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몰라도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영화관에 놀러갔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정말 보고 싶은 영화도 떨어지고 볼 영화도 없어지는 경우에까지 봉착하게 되었다.

“이거 봤던가?”
“어, 봤어.”
“그럼 이건.”
“야. 이건 저번 주에 보고 완전 재미없다고 혀까지 찬 영화잖아.”

준형이 너 진짜 멍청이더니, 기억력도 없구나.

이기광과 나는 항상 예매를 하곤 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최근 상영 영화를 둘러보고 있었다. 익숙하게 노트북을 다루는 이기광에게 반쯤 기대어 화면을 나눠보다가, 나는 귤껍질을 하나 꽃모양으로 까고 동그란 귤을 4등분해서 이기광의 입에 하나 넣고 다른 하나는 내 입에 넣었다.
어우 셔.
신 귤이 제대로 걸렸다.

한여름에 귤이 먹고 싶다던 이기광이 골 때리긴 했어도, 결국 어제 마트에서 비싼 돈 주고 산 하우스 귤 몇 봉 다리가 거실에 즐비했다. 나는 아침부터 일어나 손이 노래지도록 귤껍질을 깠고, 이기광은 냉큼 잘 받아먹었다.
귤을 사오다던 이기광에 집에 가는 쪽 그 오르막 골목 즈음 어귀에서,
야, 원래 갑자기 귤 같이 신게 먹고 싶다고 하면 임신한 거라더라.
눈치도 없고 구색도 못 차린 농을 준비했다가 이기광에게 등을 까였다.

“DVD방 갈까?”
“DVD?”

정말 보고 싶은 예전 영화가 있었다던지, 아니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지 간에 이기광은 꽤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였다.


이기광과 나의 방학패턴은 대개 비슷하게 이루어졌다. 오후 3시쯤 슬슬 일어나서, 영화 서핑을 좀 하다가 한 명은 설거지 하고 한 명은 씻고, 머리를 대강 말릴 사람은 말리고, 옷을 챙겨 입고 느적대며 집을 나오는데, 거의 두 시간. 핸드폰으로 본 시간이 5시 10분 즈음이었다. 그 와중에도 괜찮은 DVD방을 인터넷으로 서핑 하던 이기광은 이왕이면 정말 편하고 깨끗한 곳에서 영화를 보는 게 좋지 않겠냐며 들뜬 모습을 했다.
그냥 집이랑 가까운 쪽에 후미진 DVD방이라도 정말 상관없었던 나와는 다르게 정말 놀라운 집중력으로 인터넷 서핑을 해 괜찮은 DVD방을 알아낸 이기광과 꽤 동네를 벗어난 곳을 가야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정말 그거 볼 거야?”
“어.”

왜에. 이거 두준이가 진짜 재밌다고 괜찮다고 했었단 말이야. 꼭 보고 싶었어.

다름이 아닌 영화 ‘노트북’.
남자 둘이 와서, 보고 간다는 영화가, 참, 건전하게도, 멜로, 그것도, 난 이미, 심지어, 예전 여자 친구와 봤던 영화다. 그 때도 별 것 없이 보고 싶지 않았던 취향의 영화였던 것 같은데. 뜬금없이 윤두준은 또 왜 튀어 나오냐. 있지도 않은 윤두준은 왜 계속 날 방해 하냐, 이거다.

원래 꼭 가보고 싶다던 DVD방은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일러서 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열지 않아서 대강 이 골목 저 골목 돌다가 겨우 열려 있던 작은 DVD방을 와야만 했다. 여기 올 거 였으면 이렇게 지하철까지 타고 나올 일은 아니었는데, 싶다가도 별 대수롭지 않게 영화 때문에 들뜬 이기광을 보면, 에라 모르겠다. 나도 진짜 모르겠다.
기분이 드세게 좋아진다.






콧잔등이 버얼게 질 정도로 울음을 참은 이기광은 영화 진짜 무지 슬프다하고, 나는 화면이 팍- 하고 시작될 즈음부터 이기광 어깨에 몸을 한껏 기대고 졸다가 영화가 끝날 무렵 제정신을 차리고 본 듯 만 듯 예전 기억을 곱씹어 보고 있었다. 중간 중간 기억이 안 나기는 해도, 확실한 건 슬픈 영화라는 것 정도뿐이었다.

“두준이한테 연락해볼까?”
“두준이는 왜.”
“그냥, 방금 영화도 봤고.”

생각나서.

……
……

제 핸드폰을 꺼내서 끌쩍대는 걸 모르는 척 그러지 말라고 핸드폰을 접어 주머니에 넣어주고는 나오는 길이었다.
와, 놀라운 일이 하나 더 벌어졌다. ‘생각나서’ 라는 말이 이렇게 간질간질할 줄이야. 이기광은 언제쯤, 어떤 일로, 내가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해 줄까. 뭐, 그런 생각 중이었다. 나란 놈은.

“배고프다.”
“우리, 포차 갈래?”

포차?
어, 전에 우리 냄비우동 맛있었던데.

그제야 이기광은 아, 하고 고개까지 끄덕였다. 전적인 긍정이었다.

“우리 술 마셔?”
“넌 술 잘 안마시잖아. 나나 조금 먹지 뭐.”

이기광은 역시, 그에도 고개를 동조하듯 끄덕였다.



동네를 들어섰더니 지하철을 탈 때쯤 파르스름하던 날이 금새 어둑어둑 해졌다. 포차를 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 쿨피스를 사 가방에 넣는 걸 보고 나는 또 한 번 웃었다. 아무튼, 알고 보면 정말 달달한 거 좋아하고 술맛 모르는 그야말로 초딩 입맛이다. 편의점을 나오던 이기광은 다시 편의점에 뛰어 들어가 빨대를 잊지 않았다.
귀여워 죽겠다.

냄비 우동과 닭발, 소주 한 병을 단촐하게 시켜놓고, 이기광은 갑자기 귤이 먹고 싶다며 당치도 않은 말을 했다. 그래도 난 이기광 네 집에 아직 남아있을 귤을 조금 생각해보았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인가, 고민하기도 전에 이기광은 또 냄비 우동 국물이 정말 맛있다며 다른 말을 했다. 아무튼, 헷갈리는 놈이다.

난 소주와 함께 나온 빈 잔 둘 중 하나를 엎어두고 소주를 따 한 잔 따라놓았고, 이기광은 방금 가방에 구겨 넣었던 쿨피스를 주섬주섬 내놓았다. 먹게? 했더니 빨대까지 꽂으며 응. 한다.

“생각할수록, 너무 슬프다.”
“뭐가.”
“노트북말이야.”

울뻔 했어. 엉엉 하고.

엉엉, 하고 우는 척을 하는데, 사람이 어쩜 저렇게 웃기고 예쁘고 귀여울 수가 있을까 싶다.

우리는 방금 본 영화 노트북의 이야기 말고는 딸로 별로 한 얘기가 없었다. 아니, 딱히 더 할 얘기도 없었다. 이미 충분하게 시답잖게 녀석을 귀찮게 하고 있었고 이렇게 부대끼다보면 녀석이 내 마음을 더 가까이 현실적으로 느낄 수가 있으려나, 했다. 기대감을 버리고 싶지 않다.

“스읍. 야, 닭발 맵다.”
“넌 은근히 매운 거 못 먹더라.”

잘 먹게 생겨가지고.

매운 걸 잘 먹게 생긴 건 또 뭐람. 그러면서 제가 마시던 쿨피스를 내주는데, 난 고개를 가로 저었다. 됐어.

“이거 먹으면 안 매워.”
“니가 먹던 거잖아. 빨대.”

……
깨끗한 척 하긴.

여분으로 빨대를 더 챙겼는지, 제 것 옆에 하나 더 꽂으려는 이기광을 제지하고 쿨피스에 꽂힌 이기광의 빨대를 조심히 물었다. 쪼르르- 목을 넘기는 데, 역시 예상대로 무지 달다. 이기광은 비식 웃어버리고는 내 소주 나발에 여분의 빨대를 꽂았다. 너도 이걸로 먹어.

……
윤두준 앞에서도 항상 이렇게 귀여운 짓만 했으려나.

매운 닭발에 쓸린 내 위보다
윤두준과 이기광의, 아니면 전적으로 이기광과 이기광의 남자들에 의해 쓸린 내 마음이 더 매섭고 날카로웠다.



한 그릇 가득 나온 매운 닭발은 바닥이 보이질 않고,
미적미적 맥없이 마신 소주 한 병도 오늘 유난히 많아 보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기광의 배에 들어 찬 우동 국물과는 다르게 먹어지지 않아 퉁퉁 불은 우동면도 거대했다.
우리는 약간의 시간을 지체하며 별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포차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함께 올라가는 길에 타이밍 좋케 집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은 꼭 집에 오지 않으면 내쫒아버리겠다는 엄마의 으름장이 핸드폰으로 터질 듯이 새어나왔고, 이기광은 그저 옆에서 웃었다. 뭘 모르나본대, 우리 엄마는 정말 한다면 했다. 중학교 때 거짓말을 하는 걸 또 한 번들키면 머리를 밀어버리겠다고 했었는데, 그 날 머리를 십년이나 늙어보이게 볶은 엄마한테 무지 예뻐 보인다고 속없는 하얀 거짓말을 했다가 정말 머리를 밀렸다.
머리를 기르는 동안 학교에서도 반항아로 찍혀 고생했고, 우리 엄마는 엄마만의 자존심과 위엄을 지켰다.
이런 사소한 사건 사고들이 남자 특유의 허풍이라는 거. 그런 거 나에겐 일절 없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오늘은 진짜 집에 들어가야 되겠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자마자, 이기광이 확인 사살을 했다.

나는 왠지 이기광을 혼자 집에 들여보내는 일에 익숙치를 못하게 되었다.
그냥, 외로움을 타는 이기광의 패턴을 알 것 같기도 해서였다. 누구는 뭐 계절에 한 번씩 아니면 굴곡 있게 그런 뭐 계절을 타고 날씨를 타는 것처럼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것도 같은데, 이기광은 애초부터가 달랐다. 마음의 병 같은 거였다. 이기광에게 외로움은 타고난 천성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들어가.”
“응.”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알았어. 얼른 가.

휘적휘적, 내가 어서 보내고 싶은 건지, 녀석은 허공에 제 손을 내둘렀다. 나만 괜히 아쉬운 것 같아서 멋쩍어졌다.

“외롬타고 그러면.”
“연락한다니까, 진짜, 준형아.”

연락할게.
……
이상한 남자새끼들 말고, 윤두준도 말고.

‘이상한 남자새끼들 말고, 윤두준도 말고.’ 예전에 내가, 이기광에게 했던 말이다. 말의 토시하나가 틀리지 않은 걸 대번에 기억해 내고 나는 진짜 날아갈 듯이 웃었다.




녀석이 현관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고집스럽게 녀석의 집을 보고 나서야 안심으로 하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설마, 오늘 내가 없다고 다른 남자를 집에 들이는 건 아니겠지. 혹시 윤두준이 습격하면 그건 더 싫다. 그러고 나니 진짜 이기광을 내 옆에 끼고 살 것 아니면 마음이 안 놓이겠다 싶어서 녀석의 집 쪽을 몇 번이나 돌아보았다.


집에 도착해 현관을 들어가자마자 엄마한테 팔 언저리를 아줌마 파워로 맞으며 ‘오랜만이다, 아들!’ 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아, 엄마. 아퍼.”

별 수 없이, 신발을 벗으려고 허리를 굽혔다가 뒤통수를 한 대 더 맞아야 했다.




씻고 나와 인터넷 서핑을 좀 하다가 앞으로 개봉할 영화를 좀 더 훑어보고 침대에 구겨져 누웠는데,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너른 침대에 혼자 눕는 이 자유함이라니. 물론 이기광의 침대 입지를 굳히지 못한 오늘의 불안감이 조금 더 커졌다.

이기광은오늘딴생각하지말고잠만잡니다

문자를 써놓고 보내지도 못하면서 집착심한 남자친구처럼 보일까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또 에라 모르겠다, 도전.을 속으로 외치며 send버튼을 누르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기광이 미친놈이라고 생각해도 별 수 없다. 그랬다.

“일찍자려니까, 잠이 안 오네.”

……
아니.
이기광이 옆에 없어서 잠이 안 오는 거다.






그러다가, 정말 늦은 새벽 어귀 즈음, 정확히 새벽 네 시가 넘어가는 시간, 손가락 한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깊은 잠에 있을 시간 민감한 정신머리가 핸드폰 올리는 소리에 깨었다. 머리맡의 핸드폰을 들어서 발신자를 확인하는데도 꽤 오래 벨이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한 후 전화를 받아내는 데까지는 정말 초고속이었다. 온몸이 침대에서 튕겨져 올랐다.

“기광아.”

목소리는 이미 잔뜩 잠겨서 나오지도 않았다. 겨우 낸 목소리는 심각하게 다 갈려있었다.

- 준형아,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집이지. 대답을 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민소매에 무릎 나온 추리닝을 입은 그대로 슬리퍼를 집어신고 집을 나왔다.

- 준형아.

이기광이 나를 다시 불렀을 때, 나는 드디어 뛰고 있었다.
꿈속에 있는 것처럼 최고 속도로 뛰고 있었다.

목까지 숨이 차 이기광의 집에 도착해 현관 계단을 오르는데, 비밀번호를 누르려는 내 속도보다 문을 여는 이기광의 속도가 더 빨랐다.

“기광아.”

고르지 못한 숨으로 녀석의 이름을 불렀을 때, 이기광은 내게 안겨왔다.
……
그 짧은 순간, 이기광에게선 평소엔 전혀 맡아 볼 수 없는 술 냄새가, 아주 고약하고, 심하게, 났다.








to be continued

‘지극히 평범한 연애’의 심한 기복 없는 절정은,
지금부터가 시작일지 모르겠습니다:)

 
예상치도 못한 칠편이, 저를 맞이하고 있네요. 흑흑. 스크롤 하나하나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마지막에 기광이한테 전화와서 준형이가 달려오는 모습만 계속, 다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언젠가부터 꿈도 꾸지 않았고 기광이가 날을 세우는 것에도 익숙한 모습을 보이는 준형이가. 다른 사람보다도 준형일 먼저 그리워 하는 기광이도. 무슨 일이 있어도 기광일 든든하게 지켜주는 준형이. 또 나름의 방식으로 서서히,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연인이 되가는 두 사람... 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너무 부럽고, 또 위로가 됩니다 ㅠㅠ.... 푸리에님 말처럼 기복 없는 절정은 이제부터가 아닌가 싶고, 이제 또 복습을 허벌나게 하며 다음편을 기다릴 제가 그려지네여. 흙흙.... 기광이가 너무 부럽슴다. 어쩜 이렇게 하는 짓도 이쁘고, 또 멋진 준형이한테 사랑 받는 것도. 둘 연애에 제 연애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그나저나 기광이가 무슨 이유로 술을 마셨을지. 담편이 벌써부터 궁금해지지만...쓰읍. 참겠슴다... 늘 그렇듯이 너무 잘 봤습니당 ㅠㅠ 빨리 와주셔서 감사해요!
+
포차후기는 짜장이에요... 그거슨 중국 포차... 흙....
 
마지막.... 기광이의 모습이 왜이렇게 마음이 아플까요 ㅠ 무슨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단지 술주정일 수도 있는데 그냥 막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외로움을 타는 기광이때문인지, 준형이가 라면을 끓이면서 본 약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고 ㅠㅠ 기광이 자신이 초라하다고 생각하는것도 생각이나면서 ㅠㅠ 준형이가 새벽 네시가 넘는 시간에 기광이의 전화를 보고 튕겨져 일어나 급하게 뛰어가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될 정도네요 ㅠㅠ 아.. 나 너무 집중하고 몰입해서 읽었나봐요ㅠㅠ 마시도 않는 술을 마신 기광이.. 준형이가 집에오자 급하게 문을열고 안기는 기광이.. 뭐가 그렇게 무섭고 두려웠으면 그랬을까 싶고. 그래도 항상 준형이와 두준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정말정말 잘 읽었어요.
 
아니 잠깐만요 ㅇ어 뫄 앞부분에 키 나눠주고 질투하고 빨대꽂고 와 이거 와!! 그렇지!! 와ㅠㅠ 혼자 그러면서 읽는데...엄마야 왜 이러는 거죠 우리 기광?ㅠㅠ외롭고 초라한 기광님 어쩜 좋죠ㅠㅠ?? 아니 우리 푸리에님은 또 다음을 어떻게 기다리라고!! 시험끝나고 올리실 걸 알지만 아니 어떡하라고! 와 엄뫄야...앞부분에 막 질투하고 질투하고 혼자 좋아하고 열고 있었던 거구나! 감탄하고 아니 쟤는!! 머릿속이 어떻게 된 애야? 고민하고 답답해 하다보니....어..이젠 더 답답하고....어..
 
(위에랑 같은 사람...)
감사해요 항상 좋은 글과 다른 의미들이요...ㅠㅠ
 
한 마디 목소리에 자다 일어난 그대로 달려나가는 남자라니. 외롬타고 그러면 연락하라는 말이 괜한 헛바람은 아닐 걸 알았지만, 요놈이 기광일 참 열심히 보듬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괜히 한구석이 뿌듯해지네요. 갈팡질팡 기광이 맘은 얼마나 왔을까요? 술기운에 준형이를 부른 그 마음이 어떤질 모르지만, 저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와 주는 따뜻한 그늘이라면 그냥 답싹 안기면 참 좋겠는데.
 
..아흐, 기광이의 전화가 울리기 전까지는.. 준형이가 '변해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입가에 웃음을 달고 봤는데, 마지막 장면이 왜이렇게 가슴아픈가요..ㅠㅠㅠ...아, 정말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인데. 기광이가 준형이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가 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기광이도 그렇다는 거, 틀린 건 아니겠지요.. 더불어 누나도 저의 마음을 들었다놨다가 하십니다ㅠㅠㅠㅠ
 
와. 기광이가 드디어 연락을 했군요. 기광이가 술에 취한 와중에도 준형이의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연락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간질간질하고 그러네요ㅠㅠ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듯한 기광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좋아요 누나ㅠㅠㅠㅠ
 
한순간에 가까워진 것 같이 느껴져요, 그냥. 겉으로는 준형이가 기광이를 더 아끼는 듯 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나봐요.ㅎㅎ
 
기광이의 심정을 예측할 수가 없어요ㅠ 기광이가 준형이에게 털어놓고픈 말들 얼른듣고싶네요ㅎㅎ
 
와와, 푸리에님의 마지막 말을 보니까...... 벌써 기대되네요 어서 보고싶어요ㅠㅠ 드디어.... 물밑작업의 성공인갛ㅎㅎㅎ
 
ㅠㅠㅠㅠ푸리에누나 글에 나오는 준형이는 항상 멋져요...ㅠㅠ얼릉 다음편 보고싶어요..ㅠㅠ휴ㅏㄴㅇ헝ㄶ엉ㅇ...7편까지 너무너무 잘봤어요.앞으로도 쭉~기다릴께요.누나..사..사..사랑합니다!!
 
기광이가 준형이에게 키를 나눠주라는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젠장 맞게도 귀엽네요. 기광이의 부름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리는 준형이는 젠장 맞게도 로맨틱 하고요. 계속 준형이와 벽을 두는 기광이를 보며 제가 다 속상하곤 했는데 조금씩 벽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아하니 곧 좋은 결과가 있...겠죠..? 있길 바라며, 참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준형아 라는 소리에 제 마음도 버선발로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혹시 집에 없으면 어쩌려나
했는데 다행이 문이 열렸다는것에 안도했어요 글을 쓰고 있으려니 그 마음이 느껴지네요
기광인 준형이 없는 적막한 자기집에 들어오기 싫어서 술을 마셨던 거겠죠
잔뜩 마시고 기절하듯 자고 싶었는데 집에 들어와 홀로 있으니
술에 취했는데도 또렷하게 준형이가 떠오르는 거예요 기광이의 집은 둘에게 어떤공간인가요
둘의 관계를 새롭게 다시 시작하게 만든 공간 둘만의 공간인거예요 두준이와 기광이와 준형이가 아닌
준형이와 기광이만의 공간 그렇게 둘의 새로운 추억들이 묻어나는 공간
취기에 비틀거리며 집을 들어서면 온기없는 그 공간이 기광이를 맞이해요 씁슬하게 걸어들어와
털썩 앉으면 아직도 준형이가 남기고간 온기가 느껴질 거예요 전등스위치나 티비리모컨이나
냉장고 손잡이나 뭐 그런것들에서 제가 기광이 였다면 침대에 눕기 정말 두려울 거예요
준형이 향이 잔뜩 배어나는 그곳에 누우면 꼭 그의 품에 안기는 것 같을 테니까
그래서 전화했을 거예요 준형이와 함께 있을때보다 준형이와 떨어져있을때 더
사랑을 절감하게 되니까 그 불안감을 단번에 날려버리듯 준형인 기광이에게 소나기같이 내려오네요
언제나 느끼지만 준형인 참 비와 같은 아이예요 글 잘 읽었습니다. ^^
 
준형이 잘한다ㅠㅠ 그렇게 한발 한발 걷다보면 어느새 기광이와 나란히 걷고 있을거야ㅠㅠ
 
진짜 기다리다 겨우 읽은 글 ㅠㅠ 지금은 너무 위태위태한데 언제쯤 애들이 지극히 평범한 연애를 할 수 있을지 너무너무 기대되요 ㅠㅠ 건필하세요!
 
무슨 일일까ㅠ 외로워서 그런걸까? 궁금증만 나날이 늘어가고.. 기대 돼요~
name pass
list  
Copyright 1999-2018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