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xo, text
 
 

 

I`m sorry:)

 


 |  ♥ (4)  HYUNGKWANG (30)  DUKWANG (1)  SEOBKWANG (1)  TRIPL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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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침대에 퍼져 누워서 잠을 이루려다가도 두 녀석이 생각 속에 계속 채이더니, 주말인 오늘 느지막이 눈을 뜨자마자, 또 이기광이 걸림돌처럼 나타났다. 그러다가 이기광네 화장실에 나란히 있는 윤두준의 칫솔도 기억이 나고 곳곳에 혼자 사는 것 같지 않은 그 냄새가 온통 나를 걸고넘어진다.
머리라도 감으면 머릿속에 든 뻘생각들이 좀 사라질까 싶어 머리를 감는데, 샴푸를 보자마자, ‘이기광’이 또 생각나서 잔뜩 짜증이 났다. 미쳤나보다, 용준형이. 스물을 살아오는 동안 그렇게 신경 쓰는 걸 안 하더니, 이제는 한 놈한테 폭발했나보다. 요즘 뭘 하든,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린다. 이기광에 대한 오만감정이.

결국 샤워까지 다 해내고 멀뚱히 세면대 거울 앞에 서서 나를 잔뜩 노려보았다.

“꺼지라고.”

…꺼지라고 좀.

잔뜩 으르렁거리며, 생각 같은 걸 정리하자 싶었는데 …어쨌든, 병신 짓이다.


머리를 탈탈 털어내면서 방에 들어와 핸드폰을 짚어들었는데, 문자가 하나 도착해있다.
심심해.
씻는 새에 도착한 문자이다. 단 세 글자뿐인데도, 셀죽 웃음이 났다. 망설임도 없이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는데, 컬러링도 없는 투박한 연결 음에도 어깨가 괜히 으쓱거렸다.

- 응,
“윤두준은.”
- 여자친구랑 약속 있다고 갔어.

침대에 잔뜩 구겨져 있는 게 훤히 보일 정도로 나른한 목소리다. 나는 최대한 좀 덜 즐거운 투를 하려고 해도 좀 들떠있었다. 그걸 녀석에게 들키기 싫어서 최대한 조심하기도 했다.

“뭐하고 놀아줄까.”
- 그냥, 아무거나.
“그럼, 내가 집 앞에 가서 연락할게.”
- 응.
“그 동안, 너 씻고 있어.”
- 응.


통화를 끝내자마자, 드라이기부터 꺼내 들었다. 머리를 얼른 말리고, …뭐 입지. 뭘 할까. 영화나 볼까. 머리를 말리다 말고 컴퓨터 부팅도 서둘렀다. 예매를 할 수 있다면 그럴 생각이었다.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너무 차려입었나 싶게, 좀 굼뜬 척을 하고 느릿느릿 걸어서 녀석의 집 앞에 도착했는데, 다행이 대문이 열려있다. 요즘 세상이 어느 땐데- 싶어 꽝소리가 나도록 닫아두고 현관 앞에서 조금 서성였다.
……
어제 분명, 윤두준이 너무 쉽게 도어락을 열었었다.
뭐가 그리 대단한 추리력을 뽐내겠다고, 핸드폰을 열어서 이기광의 핸드폰 번호 뒷자리를 비밀번호로 꾹꾹 눌러보고 한 번 문 열기에 실패했다. 그러면, 그나마 흔할만한 게,
…그래. 이기광의 생일이다.
비밀번호를 눌러보려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허공에 움직여보다가, 오마이갓. 머리를 바싹 감아쥐었다.
생일이.

“…….”

…이기광의 생일을, 내가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다.
그 때 잘못된 도어락 소리를 들었는지 문 반대쪽에서 이기광이 동그란 머리가 나타났다.

“뭐해. 일찍 왔네.”
“어.”

문을 활짝 열어서 날 끌어들이는 이기광은 아까 내 전화 받던 상태 그대로였다. 안 씻었어? 했더니, 이제 씻어. 건성 대답을 한다. 근데, 우리 어디가. 물어보는 걸 대답할해줄까 말까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녀석은 텅, 하니 욕실에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혼자 으쓱해보이다가, 윤두준에게 연락을 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야, 기광이 생일이 언제였냐.
……
문자를 보내기는 해도, 분명 대답보다 으름장이 돌아올 거다. 셋이 함께 하면서 벌써 여러 차례 생일을 챙긴 터라 으레 ‘이제는’ 기억을 하겠거니 해도, 젠장할, 내가. 1년 365일 중에 단 하루뿐인 녀석의 생일을 어떻게 기억을 하나 싶다. 이럴 땐 진짜 윤두준이 좀 부럽기도 하다. 세상사는 데 뭘 그렇게 많이 친하게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은지, 그런 능력은 정말로 윤두준같은 놈들에게만 있는 거다.


씻고 나온 녀석이 웃통을 까고 거실과 제 방을 졸졸졸 다니는 걸 이리저리 눈으로 쫒다가, 멀뚱한 내가 저를 쳐다보는 게 무안하기라도 한 지, 몇 번을 내 눈치를 본다.

“뭐 좀 마실래?”

냉장고에 뭐 먹을 것이 없나 쪼그려 앉은 녀석이 그만 오렌지 주스를 꺼냈다.

“야 이기광 너, 내 생일 아냐.”
“생일?”

기억을 못하고 있더라도, 내가 결코 서운할 일은 아니지만.
조르르 하고 컵에 주스를 따라온 이기광이 냉큼 날 앞에 두고,

“12월 19일.”

오올. 용케도 정답을 맞힌다.

“몇 번을 챙겼는데, 기억 못하면 바보지.”

눈을 접고 웃어 보이는 데, 나도 그저 픽 웃어보았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임마. 내가 바로, 네가 말한 ‘바보’다.




씻고 준비하는 게 뭐 그리 굼뜬 건지, 시간이 꽤 걸렸다. 영화 시간이 언제였더라. 손목시계로 몇 번이나 시간을 체크하고 겨우 나란히 현관을 나오는 길에, 녀석이 내 손목을 잡고 끌어서 도어락 앞에 선다. 어깨가 잔뜩 부딪히는 데, 한 번, 윤두준이 손을 올리던 그 자리에 나도 손을 얹어볼까 수차례를 고민했다.

“비밀번호 알려달라며.”
“어?”

제 어깨만 유심히 쳐다보는 나 얼굴에 손을 휘적거리던 녀석이 도어락을 가리켰다.
봐바. 별을 누르고.
……
설명하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했다가 그만두길 몇 번을 하다 결국 살짝 손바닥만 걸쳤다. 녀석이 내 행동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하면 괜히 무안할 것을 앞서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녀석이 제 어깨에 올린 내 손을 좀 더 편하게 겹쳐 잡아온다. 손에 무게감이 실리자 녀석의 가슴께까지 손이 내려왔고, 내 팔 안쪽 가까이까지 녀석의 목덜미가 들어왔다. 불편하고 그렇지 않고 그런 걸 떠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녀석이 나보다 꽤 작은 체구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야, 비밀번호 필요 없어.”
“왜, 알려달라면서.”
“됐어.”

앞으로도 그냥 문 두드리면 네가 나와.

그게 더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아침도 안 챙겨먹었다던 이기광은 영화관에 도착하자마자 팝콘에 질질 침을 흘려서 大짜리를 두 개나 사길 잘했지, 영화시간을 기다리는 5분 정도 순식간에 한 통을 다 비워버린다. 대단한 식탐이기는 한데, 앞으로는 밥을 먹일 궁리를 좀 해야지 싶다.
첫 시도만 좀 어려웠다 뿐이지, 두 번째 세 번째는 꽤 익숙해진 어깨동무를 이번에는 녀석이 나에게 해보겠다며 팔을 들어 올리는데, 역시 키 차이가 좀 나서 그런지 녀석이 냉큼 까치발부터 든다.

“너무해.”

두준이보다 높아. 준형인 너무 높아.

그것도 꽤 귀여워서 비죽 웃는데, 무엇보다도 어떤 식으로든, 괜히 윤두준을 내가 이겨먹은 것 같아, 통쾌했다.
녀석을 안을 듯이 깊게 어깨동무를 하고 예매한 자리를 확인, 들어섰는데, 어째, 들어오자마자부터 윤두준과 딱 마주쳤다. 그 허다한 자리 중에 하필이면, 그 많은 영화중에 왜 하필, 이렇게까지 마주칠 게 뭐람.

“어? 두준이다.”

마주친 건 나뿐만이 아닌가보다. 이기광이 윤두준에게 달려가자 팔 안쪽이 텅 비어서 순간, 횡했다. 영화관은 개인적으로 진짜 너무 춥다. 망할.
느릿느릿 녀석들 앞에 서자, 윤두준과 사귄다던 그 여자가 어느새 이기광과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는 사이였나, 했다가 불현 듯, 이기광이 소개팅을 해줬고 이기광과 같은 학과의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나란 놈은 이렇게 계속 상기시키지 않으면, 정말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나 보다.


멀뚱히 서 있다가 이기광이 제 자리로 움직이고 나서야 나도 걸음을 옮겼고, 나란히 앉는데, 녀석이 꽤 신이 난 듯 통보한다.

“끝나고 밥 먹자는 데.”
“밥? 나 배 안 고파.”

안 고프다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조명이 어두워지고, 사운드가 빵빵해지고, 이기광은 팝콘을 먹는데 열중했다.



완전 이 상황이 기분이 나쁘려고 해서 잔뜩 인상을 쓰고 번쩍 거리는 화면을 주시하는데, 언젠가 이기광이 잠을 자던 무의식중에도 몸을 감아오던 것처럼 영화가 중반으로 갈수록 녀석의 어깨가 오고, 허벅다리가 닿으면서, 그 체온이 감긴다. 이런 건 또 조금 안도가 된다.
그렇게 순식간에 내 감정이 오락가락 하고 만다. 요즘은 수시로 변덕을 부리게 되고, 생각이 많다.
내 감정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포커스가, 이기광에게 있다.





_







싫은 티를 내려고 했던 건 아닌데, 윤두준도 좀 꼴 보기 싫었고, 윤두준과 나란히 앉은 여자는 관심도 없었고, 이기광이 윤두준이나 여자에게 시시덕대는 꼴도 불편했다. 여자가 좋아한다는 스파게티 집에 와서 음식을 몇 번 후룹거리다가도, 정말 배가 안 고파서 가만히 앉았다가, 대화도 흥미에 딱히 없고, 난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있었다.
……
셋은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깨알 같은 웃음이다.

이 모임의 완벽한 방관자가 되어서 바깥구경하는 것 마냥 딴 짓을 피우고 있다가, 살곰살곰 의자에 짚은 손으로 녀석의 손가락이 채인다. 뭔가 싶어서 맞닿은 손을 한 번 쳐다보았다가, 녀석에게 눈길을 주었더니, 곧 내 손등으로 녀석의 손바닥이 올라온다.
집중해봐, 할 수 있어.
꼭 그렇게 나를 독려하는 것처럼 굴었다.
그렇지만 나는 도리어 내 손을 뒤집어서 녀석의 손을 감아쥐고 다시 가게 창밖의 거리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도 한참 감아 쥔 손이 아쉬워 깍지까지 끼웠다. 녀석이 불편한 듯 손끝을 고물거려도 할 수 없다.

난 지금, 너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 없단 말이다. 이기광아.




팝콘을 잔뜩 집어넣은 배 안에 구불구불한 스파게티 면까지 가득 넣어 퉁퉁 불린 이기광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신 배부르다,를 외쳤다. 난 얼마 먹지 않아서 인지, 금방 배가 고파지기도 했다.

“라면 끓어줘.”
“라면?”

우리 방금 밥 먹고 오는 길이잖아.

이제 보니, 이기광은 공부에는 바지런을 떨면서 공부가 아닌 모든 것들은 무디고 더디고, 다 귀찮은가 보다.

아니, 그것보다도 실은, 궁금한 게 더 생겼다.
이기광, 하고 불렀더니 녀석의 눈길이 금방 돌아온다.

“넌, 하나도 안 불편하냐.”
“뭐가.”

오늘 네 명이 앉은 자리에서 녀석은 언제보다도 즐겁고 들떠있었고, 재미있어했다. 근데 말이다. 윤두준은 지금으로 말하면 이기광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옛 연인? ……연인은 개뿔. 그냥 좀 특별했다고 치자. 그런 윤두준에게 자신이 직접 소개팅을 주선하고, 여자 친구가 생겼고, 오늘은 그 둘을 나란히 앉혀놓고 식사를 하며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도 사귀었던 녀석이잖아. 윤두준.”
“…….”
“그런 사람의 여자 친구랑 나란히 있는데.”

이 순간에도 멀뚱한 눈을 하는데, 그 눈이 나에게 도리어 묻는다. 대체 뭐가 불편해야 하는 거냐고.

“안 이상해?”
“…….”

……
침묵으로,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이던 녀석이 꽤 별것 아니라는 듯이 웃는다.

“지금은 친군데.”

그 둘, 되게 보기 좋잖아.

……
……

답답하다. 난 분명히 핀트가 어긋나 있지만, 윤두준과 여자가 어울리든 그렇지 않든 그런 것 따윈 상관없다. 그냥 이기광이 윤두준을 ‘친구’라 지칭하는 말로도, 아무렇지 않아하는 녀석의 표정으로도, 내가 홀가분하질 않아서 그런가보다. 두 녀석은 친구라고 하면서 너무도 익숙하게 친구 이상의 것들을 여전히 하고 있고, 난 그에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는데다가, 생각할수록 불안하고 조바심이 난다. 그걸 다 표현해 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여전히 녀석 앞에서 우물쭈물하곤 한다.
마음만 이렇게 앞서고, 생각만 많다.

“그나저나, 우리 둘이 본 첫 영화다. 그치?”

그래, 4년만의 첫 영화다. 근데, 틀렸다. 나도 오늘 우리 둘이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본의 아니게, 윤두준이 거기 끼어들었다.

“영화 값 해줄게.”

라면 끓여주는 걸로 퉁 치는 거다.

아까 전엔 좀 귀찮은 투더니, 선심 쓰는 척을 그렇게 한다.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다. 녀석 앞에 멀뚱히 앉혀놓고 혼자 먹는 건 취미에도 없고, 나는 그저, 서툴렀던 녀석의 젓가락질 따위를 훔쳐보는 게 더 재미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정확한 명분 없이, 내가 도가 지나치게 녀석에게 참견하고 싶은 내 마음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아니, 내가 그렇게 한다면 녀석은 그 상황을,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제 와서 그런 게 참 걱정스럽다.

“싫어.”
“음?”
“라면으로 영화 값 퉁 치는 거.”
“싫어? 그러면, 뭐해줄까.”

긴장감 없는 웃음기가 여전한 녀석을 더욱 보채볼 만큼, 내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큼큼. 몇 번 헛기침을 하고 나란한 녀석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이번엔 어깨동무가 아니다. 그냥, 어깨를 감아 쥔 손에 좀 더 힘을 주었다. 손이 움직이는 데로 녀석의 어깨가 딸려가자, 금방 이기광과 마주보고 섰다. 그새, 나는 해가 떨어져 좀 어둑어둑한 길을 둘러보았다. 한 번 더 헛기침을 하는 척, 하고 녀석이 피할 겨를도 없이, 그 입술에 내 입술을 들이밀었다. 그래서 서로 눈을 감고 뜰 시간이라는 것도 없었다.
아주 찰나였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나오는 쪽, 하는 맛있는 소리 말고. 부딪힌 입술에 챱, 하는 더 근지러운 소리가 났다.

“영화 보는 거나, 라면 끓여주는 건.”
“…….”
“친구로서도 할 수 있잖아.”

……
……
근데, 친구끼리, 입 맞출 수도 있나.

대답을 바라고 물어본 건 아니었다. 친구끼리도 입 맞출 수 있는 건, 사회적이거나 국가적 통용된 일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긴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에선 ‘친구’라고 해서 입술을 비빌 수 있는 명분을 가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
“…….”

어제와도 같았다. 녀석과 나는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고, 어느 누구도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곧 내 볼어귀에 이기광의 손이 올라왔다. 손이 닿는데 매만지려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때리는 것도 아닌, 명확하지 않은 행위였다.

날 또렷이 보던 눈동자도, 지금의 이 무던한 표정과 행동도. 어떻게든 해석해내고 싶었는데, 그게 너무 모호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녀석의 마음이 너무 알고 싶다. 볼 수만 있는 거라면 꺼내 보고 싶다.
난 한손으로 녀석의 눈을 가리고 이번에는 정말 정식으로 녀석의 입술 위에 내 입술을 올렸다. 말로 형용조차 할 수 없는 내 마음을 녀석이 그냥, 알아줬으면 좋겠다. 난 이기광에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이기광만 그게 동참해 주면 되는 거였다.

미미하게 제 역할에 충실하던 심장이 조금 빨리 뛰기 시작하더니, 녀석에게서 마지못해 입술을 떼어내는 마지막 순간, 거세게 뛰고 있었다.





_







뭐랄까, 이기광은 모든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여전히 학교를 같이 오고 필요한 문자를 주고받기도 하고 전화도 했고 서로의 공강에 익숙하게 만나고 학식도 함께 챙겨먹었다.
일주일 정도 그렇게 지내다 보니, 또 궁금한 것들이 쌓여갔다. 녀석은, 내가 하는 행동과 내가 하는 말들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길래,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하필 이런 타이밍에, 우리 학과에는 금방 별 것 아닌 입소문 같은 게 돌았다.

“야, 용준형.”

여자친구와 시간 맞춰 점심을 먹으러 들어오던 것으로 모자라, 윤두준은 내 앞에서, 이기광 앞에서 입소문이었던 걸 퍼뜨렸다.

“너 2학년 선배한테 고백 받았다며.”
“…….”

사귀기로 했어? 어떻게 됐어.

괜히 앞에 앉은 이기광에게 눈치가 보였다. 눈치 없는 윤두준은 꽤 흥미로운 듯이 날 보챘고, 난 밥맛이 딱 떨어져서, 수저를 놓아버렸다.

“그냥, …거절했어.”

별로 관심 없어. 지금은.

용준형이 여자를 거절해? 하는 경악에 찬 윤두준의 얼굴이 예전의 나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뜻뜨미지근한 관계에서 쉬이 여자는 오기도 하고 가기도 했다. 막은적도 매달린 적도 없었다.
약간의 정적이 있었고, 앞에 앉은 이기광을 바라보았는데, 그 마주친 눈으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녀석은 제 말을 툭 내뱉는다.

“아깝다.”

너, 전 여자 친구랑 헤어진지도 꽤 됐고.
……
사귀다보면, 좋은 감정이 생길 수도 있고 그렇잖아.

“그래, 준형아,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이기광의 반응에 꽤 깊게 동조하는 윤두준이 있었다.

그 순간, 잠깐 패닉이었다. 내가 그동안 감정이 통하지 않는 ‘벽’에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말을 내뱉고, 입술도장을 찍었던 것인가에 대해 꽤 되짚어보았다.
윤두준은 그저 이 화두만을 내던진 채로, 다시 바삐 제 여자 친구에게 갔고, 이기광은 나보다 먼저 자릴 일어서야 했다. 오늘 수업이 나보다 조금 더 빨랐다. 먼저 간다. 제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일어서던 녀석을 붙잡고, 난 내 옆에 바짝 붙여 세웠다. 고개를 있는 힘껏 쳐들었더니 그제야 녀석이 날 내려다본다.
야, 하니까. 왜, 하는 꽤 무심한 시선이 돌아온다.
……
마주친 짧은 순간, 이제야, 녀석의 의사를 알 것 같았다.

“…….”
“…….”

근데, 인정하고 싶지 않다.

“…왜 싫어.”
“뭐가.”
“윤두준은 되고 난 왜 안 되는데.”
“뭐를.”

나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몰라서 조금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니까 당장, 내가 녀석과 뭘 하고 싶다는 게 아니었다. 그냥, 서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적당히 설레고 마음이 쓰이는 지금을 조금 더 보내고 나면, 그러면 내 마음이 더 명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용기를 내볼 만도 있겠다 했다.

“연애하자.”

결론은 이거였다. 근데, 이건 지금 그러자는 게 아니다. 지금 날 결론까지 말하게 할 정도로 조급하게 만든 건, 바로 너다. 이기광.

대답을 하고 싶지 않은 건지, 자리를 피하고 싶은 건지 몸을 획 돌리려던 녀석의 허리를 팔로 감아쥐었다. 팔락이는 웃옷과 바지허리 쪽의 묘한 경계에 녀석의 마른 허리가 잡혔다. 시선이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당장하자는 거 아니고.”
“…….”

……
날 가만히 내려다보던 녀석은 아주 낮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이 뭘 의미하는지도 알 것 같다. 난 녀석을 설득하는 데에, 보란 듯이 실패했다.

“정신 차려. 준형아.”
“…….”
“나 남자가 좋은 건 맞지만, 남자라고 해서 다 좋은 거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이 아니라 나중이라도, 나는, 녀석에게, 결코, 아니라는 건가.

“그리고 넌, 내가 오래 알았던 친구이고.”
“…….”

난 네가,
……
좋은 여자 만났으면 좋겠어.
……
……

이기광에게서 전달되어진 여과없는 말에 나는 좌절, 실패감 같은 것보다, 괜히, 실소가 먼저 샜다.

그러면, 난 앞으로 적당한 여자 골라서, 또 미적지근하게 만나고 헤어지고.
이기광은 원나잇인지 뭔지를 찾아다니고.
……
이기광의 말은 나에게 이 정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에게 그런 정도의 것들을 이어간다는 건, 시작부터가 실패인 것과 같다. 제대로 된 연애감정 같은 거 정석이 뭔 지는 모르겠는데, 난 그냥 이기광과 한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감정 같은 것도 지금은 이기광에게라면 못할 것도 없다고 믿었다.
지금은,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감정이라도 상관없다. …근데, 녀석은, 지금에 만족하는 걸까.

“나 진짜 가야돼. 강의시간 늦겠다.”
“지금 이대로가, 넌 만족스러워?”

이기광.
……
너는, 그런 거냐.

이기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날이 선 눈을 했다. 괜찮다. 그런 건 하나도 무섭지 않다.

“그러지마, 용준형.”
“…….”

그러지마.

도대체 무엇을. 그러지 말라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물을 틈도 대답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이기광은 확실한 거절을 한 척 허리를 감았던 내 손을 풀어내고 곧 내게 등을 보였고, 난 도망치듯 서두르는 녀석의 뒤통수를 쳐다보았다.
녀석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을 명확히 하면 할 수록, 난 더 이상 이기광과 그저 친구로만은 지낼 수가 없다. 녀석과 그동안 함께 지내왔던 용준형은 이미 없다. 사라졌다.









to be continued

용준형 힘내. 어차피 이기광은 네 꺼다.
_
어렵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고 또 움직인 다는 건(....)
그걸 표현하고 싶은 곶아손은 늘 나에게 한숨을 주네.

 
큼큼 난 누나의 글을 들으면 왠지 뒷목부터 손끝까지 간질간질해지는 것 같아요. 곶아손은 무슨. 누나 왜 이래요. 그래, 준형아 힘내. 이기광은 네 손에 떨어질 거야. 아니, 네가 기광이 손에 떨어지는 건가. 어쨌든 이 두 사람때문에 한동안 뒷목이 간지러울 것 같아요. 그런거 있잖아요. 짧게 잘랐던 머리가 막 목에 닿기 시작한 그 느낌.
 
누나는곶아손이라고쓰고 저는황금손이라고부릅니당 T▽T진짜 처음분이쓴 리플처럼 푸리에누나를보면 정말정말 간질간질해져요. 누나글의매력이라고나할까 ㅠ!진짜좋아요그느낌이 ㅠㅠ 마우스휠을 내리다가 거의다내린거보면 진짜아쉽구요ㅠ..주녕이힘내 기광이는니꺼니까!ㅋㅋㅋㅋ
 
사족보행해드림ㅠㅠ 기광이가 지금은 저렇게 팅기듯이나와도 결국엔 다 준형이에게 몸이끌리고 마음이끌리는게됬있엉 그건 레알이야ㅇㅇ 준형이가 이번편에서 확실히 마음다잡은거같네요 기광이 좋아한다곻ㅎ 아 뭉글뭉글 피어나는 사랑이라닠ㅎㅎ 내가 다 떨리는구만
 
기광이두...뭔가 두려운 것이 아닐까용 ㅎㅎ 사랑에 빠질 때의 흡수력을 왠지 더 잘 알고만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주녕이 힘냈으면 좋겠곻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으흐흐, 그래도 그들은 연애를 하겠지요옹....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부러워라ㅠㅠㅠㅠㅠㅠㅠㅠ
 
비글을 보러가기전에, 다시 한번 이 편을 되새김질 할려고 아주 천천히 읽어내려왔답니다ㅜㅜ 기광일 중심으로 하루의 기분이 왔다갔다, 한다는 준형이 말이 이해가 되네요. 사랑에 빠지면 목적 정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실함 같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눈이 가는 건 그 사람 뿐인 것 같아요 ㅋㅋㅋ 아잉 간지러... 다른 사람들한테는 무심할지언정 기광에게만 불도저 같은 준형이가 참 멋있어요. 남자답고 솔직하고. 어떻게...저런 남자, 현실엔 없겠죵? ㅎㅎㅎ 부러운 기광이.
 
조바심내는 준형이 좋네요ㅎㅎ 기광이는 준형이의 표현이 호기심이라고 생각하는거같아요ㅎ 암튼 형광 화이팅ㅋㅋ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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