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xo, text
 
 

 

I`m sorry:)

 


 |  ♥ (4)  HYUNGKWANG (30)  DUKWANG (1)  SEOBKWANG (1)  TRIPL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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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준형이 누군가의 이름을 외운다는 것은, 정말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동네 꼬마 때부터 알았던 녀석들의 이름도, 생김새도, 관심이 없는 걸 보면 원래 천성이 그런 거라고 단정했었고, 내가 알아 온 용준형은 항상 그랬다. 내 과거 속에 얽매어 있던 용준형은 이제 훨씬 좋은 쪽으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내가 없던 새에, 용준형은 몸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자라있었다. 그건 용준형 뿐만 아니라, 용준형으로 인한 나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단 둘이 아닌 다섯을 이해해가려는 몸부림을 시작하고 있었다.

양요섭과의 ‘그’ 더러운 일로 인해, 썩 좋은 에피소드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엠티 이후로 한결 서로에게 가벼워져 있었다.
용준형은 내게 제일 처음 이 세 녀석들의 이름을 말했던 적을 빼고는 한 번도 그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않았지만, 이 놈 저 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꽤 익숙해진 상태였다. 용준형은 그나마 말을 제일 많이 섞고 지내는 양요섭을 시시때때로 ‘노란원숭이’라고 대놓고 부르며 비죽대었다.

“내가 대체 왜.”

노란…원숭……제길.

그러니까, 양요섭은 그 별명을 좋아하지 않았다. 용준형은 한 번 그렇게 입 밖으로 내자마자 양요섭의 반응이 꽤 재미있었는지, 매번 꽤 흥미로운 얼굴을 했다. 아마도, 별명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반응이 웃겼기 때문인 걸 알 리 없는 양요섭은 마음에 들지 않는 별명 때문에 언제나 용준형에게 바락 거렸다. 나나 장현승은 뭔가 한 편의 만화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각했다. 용준형과 양요섭의 관계는 웃기게 진행되어졌다.

대화는 장현승보다 윤두준이랑 그나마 더 하곤 하는데, 용준형은 이상하게 윤두준을 싫어했다. 항상 그 이유를 명확하게 두곤 했는데, 윤두준이 항상 나를 ‘애매하게’ 대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나는 충분히 용준형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그동안 세명의 신세를 많이 져왔고, 단연 윤두준에게는 다른 녀석들보다 더 많은 무게를 짐 지우곤 했으니까.
그런 내 말 따위는 가볍게 귓등이었다.
근데, 매번 기분은 좋았다. 용준형이 사사로운 내 일에, 내 주변에 잔뜩 오감을 곤두세우고 소홀히 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난 그 안에서 매우 자유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해 내가 아닌 누군가와 수월히 말을 하고 있는 용준형이, 때론 신기하다가도 이따금은 싫었다. 아마, 어릴 때 내 주위에 친구들을 하나둘씩 적으로 생각하고 해치우기 시작했던 꼬마 용준형의 생각이 내 머릿속에 들어찼다면 딱 이만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한 중간 점검은 끊이지 않았다. 용준형에게 내 감정의 속도를 조절하는 건, 내 소소한 일상 속 소일거리 같은 거였다.

“그럼 뭐, 에라- 모르겠다.”
“…….”
“야, 이 개준형아!”

내가 노란원숭이면, 넌,
……
아마도 전생이 가장 포악했던 개였을지도 몰라. 지금 네 성격만 봐도…

……
……
그리고 문득, 잊고 있었던 과거의 별명이 나와 용준형의 입에서가 아니라 양요섭의 입에서 나왔을 때,
……
시계가 역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아찔했다.

요즘 나는 현실에 너무 안주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조금만 들춰져도 숨이 막혔다.

“개준형이라고 하지 마.”

대체 용준형이 왜.
……
양요섭, 너 개준형이 무슨 뜻인 지 알아?

양요섭과 나는 서로 또렷하게 쳐다보았고, 내 눈이 좀 서늘했는지, 곧 금방 녀석은 당황했다.
아니, 내 잘못이다. 난 지금 양요섭에게 뭐라고 하려던 게 아니었다. 과거의 내가 분명 그 때로 돌아가 전교생에게 따지고 물었어야 했던 거였다. 대체 왜 용준형이 나 같은 것에게 ‘개’와 같은 존재였어야 하는 거냐고, 그랬어야 했다.
찬물 같은 게 확 내 마음에 들이친 것처럼 추웠다.
이 순간에도 난 무언가 견뎌 내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었다.
곧, 용준형이 두 손으로 내 볼을 감아쥐고 양요섭이 아닌 저에게로 시선을 맞추도록 고개를 들어올렸다. 용준형은 전혀, 상관없이 비슬거리며 웃고 있었다. 제일 나쁜 건, ‘개준형’에 이런 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는 용준형이다.

“이기광. 정신 차려.”
“나 개준형, 진짜 싫어.”

싫다고. 용준형.
……
……
알겠어. 나도 싫어.

용준형에게서 원하는 답이 돌아오자, 마음이 한결 편했다. 그래도, 상처의 흔적이 계속 남아있다는 걸 상기시킬 때, 나는 지워지지 않는 과거가 이따금 힘들다.
양요섭은 도리어 나에게 의기소침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미안. 하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양요섭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었다.

장현승은 가만히 옆에서 양요섭을 다독였다.
과거의 전부는 아니지만, 장현승은 나와 용준형이 어떤 실타래 속에 엉켜있는지 일부 알고 있었다. 나의 ‘어떠한’ 잘못으로 인해, 용준형의 인생이 망가졌고, 그래서 도망치듯 유학길에 올라야 했던 것을. 장현승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을 뿐이다. 오히려 내가 밑바닥까지 드러내지 못한 게 미안할 정도로, 장현승은 진지하게 내가 그어놓은 일정한 선까지의 내용을 수용했다.
그동안도 끊임없이, 말도 없이, 장현승은 용준형과 나를 관찰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제일 먼저 친구보다 더 묘한 관계로 발전되어 있는 용준형과 나를 금방 알아채기도 했다. 물론, 장현승은 절대 ‘잘잘못’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았다.
난 그런 정도의 포용력을 가진 장현승이 언제나 믿음직스러웠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슬쩍,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우리 사이에 낀 윤두준은 시원한 얼굴로 웃었다.

“손 치워라, 너.”

이번에는 용준형이 금방 윤두준에게 으르렁댔다. 이번엔 내가 먼저 내 어깨에서 윤두준의 손을 떼어 냈고, 그 다음은 용준형의 눈을 양 손으로 가려버렸다.

“진짜 이러다 우리 싸움 나겠다.”

내 잘못이다. 이따금, 왜, 이 세 녀석들과 친해졌을까 싶었다. 내가 신입생 때, 용준형이 정확히 1년 후 우리 학교로 올 줄 알았다면, 난 절대 이 세 녀석 따위 사귀지 않았을 것 같은, 그런 생각에 빠지고 나면, 내가 정말 못된 놈이 된 것 같았다.



자주 그렇게 걷게 되곤 했는데,
앞서서 장현승과 윤두준이 나란히 걷고, 중간에 나와 양요섭이 걷고, 용준형은 제일 뒤에 쳐졌다.
그러면 나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자주 돌려보곤 했다. 용준형과 매번 계속 눈이 마주치는 걸 보면, 저렇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나에게 주의집중하고 있는 용준형을 알 수가 있다.

난 나란히 걷던 양요섭의 어깨를 한 번 다독였다. 별 것 없이 양요섭도 내 어깨를 몇 번 다독였다.
그러다가 서로 히죽 웃어버리고 단단히 어깨동무를 하고 나섰다.
그러다 다시 뒤에선 용준형과 눈이 마주치면, 용준형은 비죽 웃어대며 그렇게 말했다.

내가 싫다는 건 다 하지, 이기광.

그럼 나도 되받아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너도 내 말 안 듣잖아.

…뭐, 그런 거.




최근, 세 녀석들과 자주 함께였던 한 달의 한 번, 이따금은 두 주에 한 번 있는 술자리를 용준형으로 인해 날리곤 했다. 정기적으로 있던 일에 빠져나온 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함께 모여 회포를 풀기엔 이제 우리 네 명은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고, 난 용준형과 핸드폰으로 문자나 전화를 하는 것 말고, 학교에서 이따금 두어 번 마주치는 게 전부였다. 학년이 다르고, 수업이 다른 것도 화근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녀석들과 회포를 풀자며 만들어진 술자리인 것처럼, 나는 이제 용준형과 그 동안 함께이지 못했던 그 때의 회포를 푸는 게 더 중요했다.

“차라리 용준형을 불러오라니까.”

어어? 야아--

처음에는 우리를 버리는 거냐며, 바락 대던 양요섭이 요즘은 날 보내기 싫어서 팔을 붙잡고 늘어지곤 했다.

“이번엔 그렇게 하자, 기광아.”

전 달에도 너 준형이 때문에 빠졌잖아.

‘준형이’
언젠가부터 윤두준은 용준형조차 성을 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용준형은 그것조차 아니꼬워했다. 아무튼, 윤두준이 하는 건 다 싫다지.

난 하는 수 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연락 좀 하고 올게. 했더니, 금세 장현승은 부담 갖지 마. 하고 말을 던진다. 나는 빙글, 웃어버렸다. 사실, 장현승의 말이 제일 부담을 주곤 한다.


녀석들과의 모임을 생각해서, 서로들 일부러 금요일 수업을 오전수업만 잡게 되었지만, 용준형은 1학년이라 금요일까지 수업이 풀이었다. 지금쯤이면, 그래. 분명 수업이 다 끝나고 학관을 나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전화벨이 두어 번 울리자마자, 꼭 받고야 만다.

- 어디야.
“수업은 끝냈어?”
- 어딘데.

받자마자, 다짜고짜 어디냐고 묻는 건 뭐래. 술집 밖에 잠깐 쪼그리고 앉았는데, 몸이 시리다. 요즘 날씨가 왜 이렇게 오락가락인지 모르겠다.

“나 애들이랑 술 마시러 왔는데.”
- 어, 그래서.
“너도 여기 올래?”

싫어.

거두절미하고 간단하고 직설적으로 거절이 돌아온다.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설핏 웃어버렸다.

원래는 한 달 전 지금과 같았던 날. 애들이랑 술 모임이 있는데 그걸 마다하고 왔다고 했더니, 좀, 뭔가 불편한 얼굴이었다. 이 녀석들과 매끄럽게 잘 어울려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거리낌이 있었는지, 며칠 전부터 태가나게 피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애들이 너 오라는데.”
- 안 가.

안 간다고 했다, 나는.

다시 한 번 단정 짓고 만다.

“보고 싶은데, 용준형.”

……
……
이것도 안 통하려나. 했는데,

- …까불지 말고.

쳇.

- 무슨 일 있음 연락해. 내일 토요일이니까, 그때 보자.

괜히 더 시리지도 않은 팔과 어깨를 더 잔뜩 움츠려보았다.



“안 온대.”
“안 온대?”
“잘 됐네. 흥.”

양요섭은 그 와중에도 속 시원한 듯이 못난 말을 해대더니, 곧 우리가 불편한가, 하고 혼잣말을 하듯 내게 되물었다. 확답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용준형의 마음은 나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잔뜩 어깨를 크게 들어 올려 으쓱 해보였다.

요즘 나는 수시로 녀석들에게 용준형의 인상에 대해 캐물었다. 그러니까, 첫인상 이런 거 말고, 뭔가 매섭고 오해가 있을 만한 날카로운 부분에 대변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술자리에서도 대부분 용준형이 소재거리가 되어 있었다.

“어떻게 친해졌어?”
“어렸을 때, 그냥.”

가장 어려서부터의 기억을 생각해냈을 때 항상 그 기억에 있는 엄마아빠의 존재에 대한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용준형도 함께 각인되어 있었다.

“동네에서 둘만 친한 건 아니지?”
“둘만 친했지.”
“그래, 용준형 성격을 봐.”

왜 꼭 나여야만 했을까. 하고 많은 동네친구들 중에, 내가 제일 물러 터졌기 때문이었을 지도.
수시로 생각해보곤 했는데, 다음에 이런 건 꼭 물어봐야지 싶다가도, 녀석을 만나고 나면 뭘 물어보고 싶었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하얗게 까먹어버리곤 했다.

“용준형, 나쁜 애는 아닌데.”
“그건 알아.”
“너한테 하는 거 보면.”

……
이기광한테만 잘해서 탈이지.

우리는 그냥 웃었다. 실은 녀석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 했다. 용준형은 요즘, 이 세 녀석들도 챙기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보다 더 이 녀석들이 깨닫게 될 거다. 나도 녀석이 내게서 없고 나서야 그 완벽한 빈자리를 확인했으니까.

“준형이 때문이었구나, 싶었어.”
“…….”
“기광이 너 처음 봤을 때.”

혼자가 불안해 보였던 거.

윤두준의 정리된 말에 양요섭은 맞장구를 쳤고, 장현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몰랐다. 용준형이 만든 나는, 용준형이 사라지자마자 매일을 불안해했으니까, 내가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있기도 했으니까.
용준형은 모르겠지만, 용준형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 그 1학기 기말고사에, 난 전교 석차가 200등이나 떨어졌었다. 그 덕에 담임과 꽤 진중한 상담을 하게 되고, 서서히, 완벽한 가면을 만들어 나를 숨기고 쥐죽은 듯 학교를 다녔다. 그래서인지 3학년 졸업까지의 학교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_







오랜만에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금방 알딸딸할 만큼 취했고, 기분도 그만큼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고 연락을 다시 해볼까 말까 싶었다. 자리가 좀 무르익고 녀석들도 서서히 눈이 어른어른 거릴 때쯤,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 화장실을 외치며 자리를 빠져나와보았다.
연락을 다시 해볼까.
협소하기만 한 화장실에 잔뜩 코를 막고 들어가서 볼일을 보기는커녕 세면대에서 핸드폰을 몇 번을 더 만져대었다.

그러지 말자. 내일 전화하지 뭐, 하고 딱 단념을 하고 허탈하게 다시 돌아 나오려는데, 타이밍 좋게 낯선 타인에 의해 화장실 문이 열렸다. 와, 엄청난 거구네. 하고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비켜서려는 데도 남자가 워낙에 덩치가 컸다. 게다가 화장실이 너무 협소했다.

“…….”

아슬아슬했다. 워낙에 술집이 그렇듯, 제 몸도 못 가누고 취한 사람들이 흔히 있기 마련인 것처럼, 거구의 남자는 꽤 사리분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취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순간, 비틀거리며 한 발을 더 내딛던 남자가 바닥에 퍼져버릴 정도로 심하게 꼬꾸라졌을 때, 나까지 옴짝달싹은 못한 채 고대로 그 아래 깔려버리고 말았다.

“…헙.”

체중에 실려 잔뜩 넘어지고 나서, 곧 갑자기 숨이 막힐 듯 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으.”

으아아아아아아-----!

태어내서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질려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절실하게 소리쳐야만 했다.

그 때. 교복을 입은 다섯 명의 날카로운 눈이 잔뜩 내게 쏠리고 그로 느껴야만 했던 압박감처럼, 직접 피부에 닿은 무게의 압박이 동시에 오버랩 되었다. 꼭 경기를 하는 것처럼 몸이 제 멋대로 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입술부터 이까지 타닥이며 부딪히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않게 오랜만에 찾아온 고통은 쉽사리 날 방어하지 못할 지경까지 몰아 세웠고, 눈물이,

“…….”

소리로 내뱉지도 못할 눈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기광아!”

기광아, 왜 이래. 정신차려봐.

윤두준이었던가. 모르겠다. 사람들이 일제히 남자화장실 쪽으로 몰려들었고, 날 구경하는 것만 같은 사람들 중에 손을 내밀었을 때 가장 가까이 보이는 사람의 몸을 붙들었는데, 내가 무의식중에도 알지 못하게 찾고 있던 체향의, 그래. 용준형이 아니라서, 곧 있는 힘껏 밀쳐버렸다.
준형아, 용준형.
…용준형을.
그래, 나에겐 핸드폰이 있었지. 가장 최근에 전화한 게 용준형이었으니까, 통화 버튼만 길게 누르면---
……
………
전화를 해야만 했고, 전화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근데 핸드폰을 든 손도 떨리고, 통화버튼을 누를 수 없을 정도로 떨고 있는 내가 너무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할 것 없이, 나는 그저 목 놓아 용준형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들리지도 않을 걸.
여기 함께이지도 못한 걸.
녀석을 찾아내야 할 것 같아서, 미친 사람처럼 굴었다.
아니, 나는 미쳐있었다.



후텁지근할 지도 모르는 새벽이었다. 아직도 이가 달달 떨리고 눈에는 내 힘으론 절대 멈출 수 없는 눈물이 계속 떨어졌다. 내 어깨에는 장현승이 걸치고 있던 카디건이 고대로 있었는데, 그 걸로는 소용이 없었다. 몸은 따뜻하게 할 수 있어도, 마음까지 따뜻하게 할 수는 없었다. 술집에 더 있을 수가 없었고, 술집을 나오자마자 내내 주저앉은 나를 어찌할 바를 몰라서 윤두준과 장현승과 양요섭은 계속 내 곁을 서성이고 있었다.

길에는, 아까전의 나와 세 녀석들처럼 살풋 취한 사람들도 있고 얼큰하게 취한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눈가가 일렁거려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랬다.

“온다온다.”

야, 용준형!

와, 나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내 눈앞에 녀석이 나타났다.

“악.”

야! 용준형!

장현승과 양요섭은 용준형에게 밀려 몇 걸음이나 다들 뒷걸음 쳤고, 나와 가장 가까이 있던 윤두준은 용준형에게 제대로 한 대 맞고 나가떨어졌다. 양요섭은 윤두준에게 가 쏜살같이 일으키며 으르렁댔지만, 용준형도 그렇게, 매일 비죽대며, 혼자 여유 있는 척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제 정신이 아니었다.
나와, 용준형은.

“이기광.”
“…….”

또 왜 그래. 너.
……
어? 말해.

무릎까지 꿇어 내 앞에 앉은 녀석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붙들었는데, 역시 아직 반팔을 입기에는 좀 추웠나보다. 아마, 이 세 녀석들 중 누구든지 간에 연락을 받고 나오는데 일말의 거리낌이나 옷을 챙겨 입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을 거다. 추운 새벽에도 민소매 하나 걸치고 우리 집까지 올만큼이었으니까.

곧 나는 그런 용준형의 품에 안겨졌고, 다행이도, 달려온 열뜬 숨과 옅은 땀내가 훅 끼치면서, 좀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보고 싶었어, 준형아.”
“…….”

절대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목소리가, 그 때, 탁 터졌다.

“보고 싶었어. 나.”
“…….”
“…….”

용준형의 등을 쓸어보고, 안겼던 몸을 떼어내서 길어진 머리부터 어깨, 손까지 다 쓸어보았다. 그러니까, 안정이 되면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 웃음도 좀 났다. 그랬더니 이번엔 내 앞의 용준형이 정말 죄스럽게 울었다.

“미안해.”
“…….”

…같이.
……
있어줬어야, 했는데.

내가.

……

매번, 이렇게… 너를.
내가 너를.
……
……

나는 고개를 가만히 가로젓고, 용준형의 눈물을 닦아주는 척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우리는 어느 것도 거리낄 것 없이, 미성년 때의 우리처럼, 서로의 위로와 위안을 위해서 입을 맞췄다.









to be continued

연재하는 편수 중에 가장 심혈 기울이는 편수가 있다면, 단연 ‘1편’과 ‘4편’.

-
그러니까, 달달하게 쓰고 싶다가도 어긋난 마음들을 들춰내서
지금은 아프지만 앞으로는 아프지 않게 다들, 어떤 중심을 맞춰갈까, 싶어요.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들어와 푸리에님 글 다시보곤 했는데 밤에 자기전에 잠깐 들렸는데 새 글이 올라와서 얼른 읽었네요. ^^

기광이가 준형이만 만나면 아무일 없을거라고 앞으로는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는데..
또 이런 순간순간의 일들이 기광이와 준형이의 아픈 기억을 끌어내네요.. 속상하게..
그렇지만 그런 아픈기억들도 다시 서로 예전의 서로를 치유해주며 안정을 취하고 고쳐나갔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수 있겠죠 ^&^ 미성년의날에선 상처를 직접 받았던 기광이가 더 아팠다면 이번엔 옷 하나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추운 새벽 오로지 기광이만을 생각하며 뛰어왔을 준형이가 참 아프네요.. 푸리에님의 지금은 아프지만 앞으로는 아프지않게! 의 말씀을 생각하며 아픈마음 달래봅니다. 푸리에님 감사해요!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
 
용준형의 마음이 나는 왜 이렇게 절절한지. 있어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후회하고. 무의식 중에라도 용준형을 찾아대는 이기광이 나는 너무 아프고, 그걸 보고도 아무 것도 못해주는 아이들이 슬프고.
둘의 입맞춤을 물끄러미 보고 있을 아이들의 반응을 알것만 같아서 웃음도 나요. :)
 
오늘 제가 심장이 떨리는 포인트는, 개준형이 싫다고 말하는 용준형과 그 말에 안심하는 기광이네요. 사실 미성년의 날에서도 개준형에 관련된 대사들이 저를 정말 떨리게 만들었거든요. 그 말이 너무 싫은 기광이랑 상관도하지않는 용준형, 그리고 그런 용준형도 너무시른 기광이 - 이런 구도는 저를 정말 숨막히게해요ㅠㅠ
그런데 언제나 제가 읽으면서 생각한 부분을 오늘 기광이가 건들여주네요. 왜 셋과 친해졌을까 - 라는 부분. 아 정말 눈물이 나요. 너무 못됐는데, 그만큼 기광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요.
미성년의 날이 형광의 어린애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그런 마음을 그리고있었다면, 성년의 날은 둘이 아니면 안되는 그 절절함이 너무 잘 표현돼있네요ㅠㅠ 그래서 저는 아주 읽는 내내 손이 떨리고 반팔반바지입고 땀이 삐질삐질 나고 그래요, 정말.

쓰다보니 내감상을 말하는건데도 왠지 아는척하는거같아서 죄송하고그러네요ㅠㅠ 어디까지나 이부분이 너무좋았다! 라는 감상일뿐이에요 푸리에님.
아무튼 이번편도 너무 잘 읽었습니다ㅠㅠ
 
어느 부분 하나 마음에 와닿지 않는 부분이 없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잠깐 정줄(..)을 놓았더니 왜 그랬는디 놓쳐버려서 다시 읽었네요 ㅠㅠ. '두 사람' 만의 이야기가 아닌, '다섯 속의 두 사람' 의 이야기가 되어 가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좋았어요. 저는 주인공 두 사람의 이야기만 이끌어 가는 것도 좋지만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것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 하지만 역시 포인트는 '개준형' 과 마지막 입맞춤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제 눈에만. 이제 딱 달라붙어있지 않아도 괜찮겠구나, 싶으면 그게 아니고.........결국 두 사람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는 게 느껴지는 부분 같아서 저는 그게 좋았어요 ㅎㅎ! 피곤한 와중에 읽은거라 덧글도 정신이 없네요 ㅠㅠ 이번 편도 쓰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잘봤습니다~ㅠㅠ
 
한문장문장 다 발리네요 진짜.................ㅠ 아니근데..ㅋ...상여신누나글이라 댓글누나들도 금손이야 나 비루해지게....ㅋ.....ㅠㅠㅠㅠ 진짜.. 문체랑 분위기랑 너무 좋구요, 정말..형광스럽고 ㅠㅠ 용준형없으면 안되는 이기광이 느껴지네요 흑....흑.ㅠㅠㅠ 기광이 사소한 일상이든 뭐든간에 아 말이안나와 ㅋ 여튼 기광이한테 오감을 집중한 용준형 ㅠㅠㅠㅠ 진짜.... 좋네요 잘읽었어요 ㅠㅠ
 
아 누나..진짜 누나는 어떻게 문장이랑 감정 하나하나를 저렇게 이쁘게 표현하시는지..진짜 아련하다.마지막에 용준형이 울면서 나책하는 장면 미치겠다구요ㅜㅜㅜㅜㅜㅜㅜ진짜 저 푸리에님 소설 기다리는 낙으로 아주 하루하루 살아가네요ㅜㅜㅜㅜㅜ용준형은 푸리에님한테 절해라 이렇게 이쁘고 멋지게 써주시는 여신님인데 흑흑..형광 행복했으면 좋겠어요ㅠㅠ
 
누나 완전 사랑해요ㅠ*
아 학교 가려면 빨리 씻고 준비해야하는데, 누나 글 지금 몇번째 돌려 읽고 있는지 모르겠어요-ㅠ 홍홍홍- 아 진짜 용준형이 같은 남자 어디 없습니까,ㅠㅠㅠㅠ 아 용준형이 어쩜 저렇게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한마디가 저렇게 가슴떨리게 멋있나요-ㅠ 진짜 너무 사소한 일상에서 너무 달달해서 숨이 안쉬어지네요><
 
기광이는 언제쯤 그때의 일을 잊을까요 T_T 기광이가 떨쳐내야 준형이도 편해질텐데 말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아슬아슬함이 좋으면 저 너무 취향이 그런가요? 준형이랑 기광이가 아슬아슬해보여도 서로가 함께 있으면 온전해지잖아요 그 자체가 너무 좋네요. 물론 세 친구들에겐 절대 반가운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미성년때부터 개준형이라는 단어에 관련된 이야기는 전부 좋았거든요 그게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던 준형이와 언제나 함께인 기광이를 상징적으로 부르는것마냥 받아들여져서, 거기에 예민한 기광이가 안타깝기도하고 또 보면서 아련하기도하고 하네요. 준형이가 함께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장면 또한 달면서 너무 슬퍼서 이번편 너무 잘봤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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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애달프네요.. ㅜ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았던 그 때가 아직 멍울이져서 남아 있어서 더욱 애잔하네요ㅠㅠ
 
뭐랄까. 어떻게보면 집착같기도해요.. 서로에대한집착. 으아 오묘한느낌이에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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